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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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의 모든 것

최지현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4.07.30 17:15

  1. 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이란?
  2. 현재 강령은 위헌이 아니지만, 숨은 목적이 위헌이다?
  3.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
  4. ‘진보적 민주주의’는 진보당 강령에 어떻게 도입됐나?
  5. ‘민중주권’은 위헌이다?
  6. 한미FTA · 의료민영화 반대하면 위헌?
  7. 흡수통일 반대하면 위헌인가?
  8. ‘주한미군 철수’ 주장하면 위헌?
  9. 통합진보당 ‘어디까지’ 정당해산심판 요건인가?
  10. 통합진보당 해산되면 의원직은 어찌되나?
  11. 이 기사의 히스토리
  1. 1/11

    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이란?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1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긴급 안건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인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헌정사상 처음이다. 앞서 법무부는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영국 국빈방문 중이라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영국 현지에서 보고를 받고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결재했다.

    위헌정당해산 심판이란?

    위헌정당해산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주요 권한 중 하나로, 어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이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 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정부의 청구에 의해 그 정당의 해산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헌법은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청구권자를 ‘정부’로 제한하고 있다. 헌법 8조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극우단체들은 헌법재판소에 직접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지 못하고 법무부에 ‘정당해산심판청구 청원서’를 냈다.

    헌법상 위헌정당해산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헌재에 정당해산 청구를 하게 되면, 헌재는 이에 대한 심리를 거친 뒤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헌재는 심판이 청구되면 이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위헌정당해산 결정을 위해서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6명의 동의가 없으면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 또 정당해산심판청구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는 등의 형식적 절차적 요건이 갖추지 못하면 ‘각하’ 결정을 할 수 있다. 정당해산심판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정당에 대해서 동일한 사유로 다시 제소할 수는 없다.

    정당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함께 정당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헌재는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후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 청구인인 정부의 신청 또는 헌재 직권으로 피청구인인 진보당의 활동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할 수도 있다.

  2. 2/11

    현재 강령은 위헌이 아니지만, 숨은 목적이 위헌이다?

    위헌정당해산의 요건을 두고 정부와 통합진보당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 ‘숨겨진 목적’ 주장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는 정부 주장의 핵심 논리는 ‘숨겨진 목적’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숨겨진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강령을 보면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정부는 해석한다. 그러면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정부는 그 근거로 과거 냉전시대인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한 독일공산당(KPD) 해산 사례를 든다. 이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려는 ‘의도’만 입증된다면 과거의 행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단기적인 목적과 장기적인 목적 사이의 구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 목적상 현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폐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여부”(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KPD) 해산 판결)

    통합진보당, ‘구체적 위험성’ 주장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독일공산당 해산 판결은 냉전이 격화되던 당시의 특수한 사정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또한 독일공산당은 당시 공개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천명했기 때문에, ‘숨겨진 목적’은 없는 셈이었다.

    이에 통합진보당은 ‘숨겨진 목적’이 아니라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이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공개된 대중정당이 ‘숨겨진 목적’을 가질 수도 없거니와, ‘구체적 위협’으로 나타나지 않은 ‘의도’를 추정해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을 위해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통합진보당은 한국도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렵평의회 신하의 ‘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의 지침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서 제시된 정당해산 기준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이들은 ‘실질적 위험’ 또는 ‘급박한 위험’을 정당해산 요건으로 제시했으며, 이러한 요건은 현재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정당의 해산은 정당이 민주적 헌정질서를 전복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폭력의 행사를 옹호하거나 폭력을 사용함으로써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 극단적 조치인 정당의 해산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고려해야 한다.” (1999년 발표된 베니스위원회의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조치에 관한 지침’)
    - 유럽인권재판소가 그동안 정당해산을 인정한 사례 : 테러조직과의 연계성이 드러난 스페인 BATASUNA의 해산(2003년), 정교분리원칙을 부정하고 이슬람 신정국가의 실현을 위해 폭력이나 성전도 불사하겠다는 터키 복지당의 해산(1993년)

    정당의 목적 찾는 방법

    정부는 정당의 강령, 선언물, 대표 정당인의 정치적 이념 관련 글, 연설, 당원교육교재, 정책선전자료 등을 통해 ‘숨겨진 목적’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실제 활동과 강령을 비교해 강령이 ‘명목상 강령’에 불과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논리로 정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나 ‘민중주권’ 등이 숨겨진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정당 목적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강령, 당헌과 당규, 당의 선언문, 강령해설서 등 당의 공식적인 의결 절차를 거쳐 작성된 문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펼친 활동의 강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당의 공식적인 문서 또는 활동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3. 3/11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

    통합진보당 강령의 핵심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헌법재판소 도마에 올랐다.

    통합진보당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 (강령 전문)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진보적 민주주의’는 기존 진보세력들이 한국사회의 자유민주주의의 대안 이념으로 제시한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해 자유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개념이다. 그러나 특정 이념을 수용한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 아직 형성 중에 있는 민주주의 개념이기 때문에 진보세력에서 그동안 논의되던 민족자주, 민중주체, 평화통일 등의 주장들을 나열한 정도다.

    자유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민주주의 이념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존재한다면 기존 민주주의 이념과 무엇이 다른가? 자유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민주주의 이념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이념이다. (…)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는 민족자주, 민중주체, 민생평등, 평화와 통일, 생태와 성 평등의 가치를 중심적 가치로 내세우는 새로운 민주주의다.(박경순의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반면 정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해방 직후부터 논의돼오던 단계론적 혁명론에 따라 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개념이라고 해석한다. 궁극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헌법상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통합진보당 강령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당 간부의 발언이나 당의 공식자료 등을 종합해보면 숨겨진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도 진보적 민주주의 주장?

    정부는 또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언급했던 ‘진보적 민주주의’(1945년 10월 3일 평양로농정치학교 강의)와 같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당시 김일성 주석이 ‘진보적 민주주의’만이 “우리 인민에게 자유와 권리를 주고 행복한 생활을 마련하여 줄 수 있으며, 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보장하여 줄 수 있다”며 북한의 건국이념으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통합진보당도 ‘진보적 민주주의’를 북한의 지령에 따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이 당시 강의에서 실제 ‘진보적 민주주의’를 언급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공인된 문헌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게 통합진보당의 주장이다. 또 단순히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같다고 북한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꼬집는다.

    또한 ‘진보적 민주주의’란 말은 통합진보당이 처음 사용한 게 아니다. 조봉암의 진보당은 1951년 창당 당시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장했고, 1988년 평민당에 입당한 재야인사 출신 국회의원이 주축이 돼 구성된 평화민주연구회도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정치적 요구로 내걸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도 “진보적 민주주의라야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내용이 담겼다.

  4. 4/11

    ‘진보적 민주주의’는 강령에 어떻게 도입됐나?

    ‘진보적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통합진보당 강령에 포함됐다. 처음 ‘진보적 민주주의’가 언급된 때는 통합진보당 전신 중 하나인 민주노동당 시절이었다.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강령개정위원회 구성(2009년)→강령개정위원회가 7차례 전체회의를 거쳐 ‘진보적 민주주의’가 담긴 강령개정 초안 마련→중앙위원회와 16개 시도당별로 전국 순회토론을 거친 뒤 정책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한다’ 내용은 삭제되고 ‘진보적 민주주의’ 내용이 담긴 강령개정안 확정(2011년)→통합진보당도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계승(2012년) (통합진보당의 강령변천사)

    통합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위와 같은 당내 의견수렴과 공식 의결절차를 거쳐 도입된 것이지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는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 계승’이라는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개정한 과정에 북한이 개입됐다고 의심한다. 통합진보당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단계적 혁명이론에 따라 현실에 맞춘 변혁론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과 관련한 북한의 지령을 (통합진보당)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수사기록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2014년 1월 10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고 밝히는 등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5. 5/11

    ‘민중주권’은 위헌이다?

    통합진보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집권 모델로 ‘민중주권’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중주권’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위헌정당해산의 근거가 되고 있다.

    ‘민중주권’은 통합진보당 강령에서 언급되고 있다.

    - 정치 혁신을 위한 대선 결선 투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민중주권 보장을 위해 정당법과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며, 예산과 정책 결정 등에 대한 시민의 참여와 감시를 제도화해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한다.(강령 본문)
    -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 일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대변하는 정당이며······.(강령전문)
    - 통합진보당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강령 전문)

    ‘민중주권’이란?

    통합진보당은 정치·경제적 특권 세력으로부터 소외된 민중들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 원리의 형식화 또는 한계를 극복한 것이 ‘민중주권’이라고 설명한다.

    형식적 국민주권론은 (···) 대표자의 의사결정이 국민의 뜻에 반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항변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 이것을 가지고 과연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행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 실질적 능동적 국민주권은 국민이 실제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국가의 최고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인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민주권이론이다. (1988년 9월 8일 헌법재판소 판결문)

    이에 통합진보당의 계층·계급적 기반도 ‘민중’이다. 노동자·농민·청년·학생·중소영세상공인·여성·사회적 소수자·진보적 지식인 등 각계각층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통합진보당은 다만 소수 특권 세력은 제외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소수 특권 세력은 정치·경제적 특권을 갖고 있는 세력을 말한다. 정경유착으로 재벌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혜 등 기득권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회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의 특권이 아닌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통합진보당은 또 다양한 의견과 사상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계층과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를 대변할 것인지는 정당의 자유라고 주장이며,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과거 민주당, 정의당 등 다른 정당도 계층·계급적 기반을 강령에 명시한 것을 찾을 수 있으며, 다른 나라 집권 사례(2002년 브라질 룰라의 노동자당 등)도 볼 수 있다.

    ‘민중’은 위헌?

    반면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모든 국민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즉 ‘민중’이라는 특정 세력만의 주권과 권익을 인정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소수 특권 세력은 주권자 개념에서 제외시키고, 이른바 ‘폭력혁명’을 통해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민중주권의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나아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민중’이 북한 등 사회주의 나라들에서 사용하는 ‘인민’이라는 용어와 유사하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농민 등 ‘민중’을 대변하는 것은 북한과 같은 입장이라고 근거를 들기도 한다.

  6. 6/11

    한미FTA · 의료민영화 반대하면 위헌?

    통합진보당의 경제정책 기본 방향인 ‘자주자립 경제체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자주자립 경제체제를 위하여
    - 토빈세 도입 등을 통해 국제 투기 독점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평등한 경제협정을 개정 폐지하며, 내수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하여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의 폐해를 극복한다.
    - 물 전력 가스 교육 통신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 및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고, 국공유화 등 사회적 개입을 강화해 생산수단의 소유구조를 다원화하며 공공성을 강화한다.
    - 재벌의 소유 경영의 독점 해소 등을 통해 독점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해체하고, (···)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내수 중소기업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한다.
    - 생태산업이자 전략산업인 농업을 보호하고 주요농산물의 국가수매제도를 도입하여 식량주권 확보와 농민소득을 보장하며, (···)(강령 본문)

    통합진보당은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헌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국공유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산업이 국공유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사회적 개입을 강화해 생산수단의 소유구조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 배경이다. 이러한 방향은 현재 여야가 제시하고 있는 경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경제민주화’ 등을 내세우는 헌법과도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이윤 위주의 개인적 소유보다 공공성 보장에 방점을 둔 형태지만, 국·공유화, 협동화, 개별소유 등을 혼합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헌법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 할 수 없다.”
    헌법 제31조 3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헌법 제36조 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 제119조 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반면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생산수단의 몰수와 국유화를 통한 사회주의적 형태의 경제 질서를 추구하고, 사유재산과 시장경제 질서 제도를 부인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라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도 위헌적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라는 ‘숨은 목적’을 갖고 있어 다른 정당과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더라도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가 아닌 기존 경제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7. 7/11

    흡수통일 반대하면 위헌인가?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통일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북한 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연방제 통일은 위헌?

    통합진보당의 대북·통일 정책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코리아연방공화국’에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이 방안은 남과 북의 체제가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점을 감안해, 남과 북에 2개의 제도, 2개의 정부가 공존하는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의 연방제를 지향하는 통일방안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내용이다.

    통합진보당 2012년 대선 공약 ‘코리아연방공화국’
    1단계 : 통일로 가는 전 단계로서, 남북각료회의 성격의 ‘민족협력위원회’를 구성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하는 시기.
    2단계 : ‘민족통일기구’로서 ‘COREA(코리아)위원회’를 설립해 통일헌법과 국호를 마련하고, 단일국호 단일의석으로 유엔(UN)에 가입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시기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가 공존.
    3단계 : ‘남북 총투표’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연방정부를 구성하며, 단일국호로 유엔에 가입해 통일을 완성하는 시기.

    ‘코리아연방공화국’은 특히 ‘남북총투표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연방정부를 구성해 통일을 완성한다’는 내용으로, 남북총투표를 반대하는 북한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통합진보당은 남북총투표를 실시할 경우 남한의 인구가 북한의 인구보다 많기 때문에 통일체제는 남한의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반면 정부는 연방제 통일방안은 북한의 현 체제를 사실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용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통합진보당의 ‘코리아연방공화국’ 방안도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남북이 연방제로 통일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헌법 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를 근거로 북한의 체제는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흡수통일 반대하면 위헌?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남한의 자유민주체제로의 ‘흡수통일’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의 통일은 위헌이라는 논리와 다름 없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무력통일’이나 ‘흡수통일’은 남과 북이 대등한 통일의 당사자로 참여해 추구하는 통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위헌적인 방안이라고 반박한다.

    통합진보당은 ‘코리아연방공화국’ 방안은 헌법이 천명한 ‘평화통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과 북이 현재의 체제를 유지한 채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방안은 상대방의 체제를 존중하기로 한 6·15 공동선언 등의 정신을 따른 결과라는 것도 통합진보당 입장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협의서) :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
    2000년 6·15 공동선언 :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관계로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고,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
  8. 8/11

    ‘주한미군 철수’ 주장하면 위헌?

    통합진보당은 ‘자주적 민주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해방 이후 널리 사용된 개념이기도 하다.

    자주와 평화가 보장되는 한반도, 민족의 통일 체제를 향해
    -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한반도·동북아의 비핵·평화체제를 조기에 구축한다. 이와 연동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종속적 한미동맹체제를 해체하여 동북아 다자평화협력체제로 전환한다.
    - 7·4 남북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존중하며,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이행하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한다.
    - 기존에 맺은 모든 불평등 조약과 협정을 개정 폐기하며 미중등 강대국중심의 국제질서를 극복하고 자주적 균형외교를 지향하며 (···) (강령 본문 일부 발췌)

    정부는 통합진보당의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북한이 19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미국의 군사지원 가능성을 차단해 남한의 국방력을 약화시킨 후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을 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특정 외국에 대해 반대의 견해를 표시하거나 외국군대의 주둔에 반대해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독립된 자주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이다. 또한 통합진보당은 평화협정이 체결돼 주한미군이 더 이상 주둔할 필요가 없을 때 철수시키자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북한과의 주장과도 차이가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방안과 관련한 규정은 헌법에 없기 때문에, 민주적 기본질서와는 관련이 없는 정책 사항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9. 9/11

    통합진보당 ‘어디까지’ 정당해산심판 요건인가?

    정부는 통합진보당 활동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기 때문에 정당해산심판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통합진보당의 활동으로 봐야할까.

    인적 기준

    정부는 통합진보당 당원의 활동이라면, 그 정당 활동에 귀속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정당의 기본노선에 근거하지 않거나, 공식적인 활동이 아닐 경우 정당의 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대표적인 활동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다. 이석기 의원이 총책으로 있는 지하혁명조직(RO)이 북한의 무력도발에 내응해 국가기간시설 타격 등의 폭동을 모의했다는 내용의 이 사건은 통합진보당의 활동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는 헌법상 평화통일 원칙에 위배되고 우리나라 주권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이 사건에 대한 유·무죄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도 “RO는 실체가 없고 내란음모는 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당해산심판 요건으론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개별 구성원의 행위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 외에도, 정부는 ‘일심회 사건’, ‘강태운 사건’, ‘유재덕 이적단체 활동 사건’ 등 개별 당원들의 간첩단 사건 연루 등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이 역시 구성원의 개별적인 위법 행위일 뿐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기본노선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당의 의사결정이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바 없다고 반박한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의 주요 인사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위헌정당해산심판 근거로 들고 있는 데 대해서도, 통합진보당은 “대부분 공안기관의 조작사건으로 드러났거나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라며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
    - ‘삼민투’ 사건(오병윤), ‘미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김선동) : 2002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
    -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강종헌) : 과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을 거쳐 서울고등법원(2012)이 무죄 선고
    - 기타, 새누리당(이재오·정병국·심재철·하태경 등 4명)과 새정치민주연합(강기정·민병두·오영식·이인영·한명수·정청래·김기식 등 21명)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의원이 19대 국회에 다수 있음.

    시간적 기준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2012년 분당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 민주노동당 시절과 인적 구성이 비슷해졌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당시 활동도 위헌정당해산심판 판단 기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정당법에 의해 특정된 현재 통합진보당의 활동만 포함된다고 반박한다.

  10. 10/11

    통합진보당 해산되면 의원직은 어찌되나?

    정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될 경우,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현재 통합진보당에는 오병윤·김미희·이상규·김재연·이석기 의원이 소속돼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정당해산에 따른 의원직 유지 또는 상실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 1962년 제5차 헌법 개정 때 ‘소속 정당이 해산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10년 뒤 해당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규정이 삭제된 것을 두고 정부와 통합진보당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정부는 정당국가제를 탈피하면서 당적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직 유지가 가능하도록 헌법적 결단을 내린 것일 뿐 정당해산 시 의원직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통합진보당 해산 시 의원직도 상실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입법자의 의사가 이전의 명문규정과는 반대로 바뀐 것으로 봐야 한다며 헌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만큼 의원직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회의원은 헌법이론상 일차적으로 국민의 대표이지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는 논리로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재 무소속 의원이 허용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과거 서독 연방헌재가 사회주의제국당 해산 당시 의원직도 상실시킨 점 등을 근거 삼아 의원직 상실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통합진보당은 만약 의원의 활동이 국가 안보 등을 위협하더라도 현행 자격심사제나 징계절차에 의해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헌재가 의원직까지 박탈시키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자격심사 및 징계절차
    -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헌법 제64조 제2항)
    -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의로 제명에 이르는 징계가 가능(국회법 제14장, 제155조, 제164조)
    -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공무원 관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자동으로 의원직 상실
  11. 11/11

    이 기사의 히스토리

    이 기사는 2014년 7월 30일 처음 발행됐습니다.

    2014년 8월 4일 외부링크를 추가했습니다.

    최지현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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