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양쪽 어금니가 시큰거리고 아파서 끙끙 앓아왔던 이아파(28)씨는 집 근처 네트워크형 치과를 찾았다. 체인 병원을 선호하지 않았던 이씨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주변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치과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려한 조명에 대리석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실내장식이 눈에 띈다. 접수를 마친 이씨에게 상담 실장은 ‘처음 병원에 온 것이면 치아 상태를 확인하는 종합 검진을 하는 게 좋다’고 권유한다. 이씨는 비용이 걱정돼 엑스레이만 찍겠다고 말했지만, 실장은 최근에 첨단 장비를 들여왔다면서 종합 검진을 할 경우 보철 치료 중 비급여 항목 할인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에 더 좋다고 재차 권유한다. 결국 이씨는 고민 끝에 종합 검진을 택했다.

몇 차례 기계 앞에서 촬영을 마친 이씨는 촬영 기록을 받은 뒤에서야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진찰한 뒤 잇몸 상태가 좋지 않고, 양쪽 어금니가 많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를 적은 뒤 옆에 서 있던 상담 실장에게 건넸다. 의사는 급히 다음 환자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실장은 이씨에게 양쪽 어금니가 모두 충치이고 총 7개의 치아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비용이 걱정돼 7개를 꼭 다 치료해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실장은 다른 치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전부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금은 30만 원 4개 총 120만 원이고요. 눈에 보이는 이 3개는 세라믹 보철 치료를 해야겠네요. 비용은 개당 20만 원이에요.” 총 180만 원의 견적이 나왔다. 실장은 종합 검진을 받았기 때문에 보철 치료를 받을 경우 5만 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치료비 또한 자회사에서 공급받는 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치과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홍보했다.

이씨가 고민하자 실장은 오늘은 일단 무료로 스케일링을 받고 가라고 권유한다.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이씨는 잇몸 강화에 좋은 영양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위생사는 또 거울로 아랫니를 보여주면서 잇몸치료도 해야 하다고 얘기를 한다. 스케일링을 마친 뒤 이씨는 종합 검진 비용 15만 원을 내고 밖으로 나섰다. 치료는 시작도 안 했지만 이씨의 마음은 복잡하다. ‘이 7개를 다 치료해야 하는 걸까? 오늘 종합 검진을 받은 게 잘한 걸까? 다른 치과에도 가봐야 하는 걸까?...’

영상해설
김철신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

A치과 그룹 의사들은 말 그대로 월급쟁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지점을 개설한 원장도 진료만 할 뿐 경영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일명 ‘페이닥터’라고 불리는 의사들 또한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받을 뿐이다. 치과 의사들은 진료만 할 뿐 환자와 몇 마디 대화조차 나누기 어렵다.

매출을 관리하는 것과 직원을 뽑는 일 등 실제 운영은 실장이 전담하고 있다. 심지어 A치과 그룹 일부 지점에서는 실장이 환자와의 진료 상담까지 맡고 있다. 1년 전 페이닥터로 A치과 그룹에 들어온 나의사(34)씨는 이런 시스템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업무가 분업화돼 의사는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별도의 개업비도 들지 않고 기본급과 인센티브까지 한 달에 1천만 원은 받을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나씨는 당시 A치과 그룹에 취업한 것을 후회한다. 나씨는 치료보다 영리에 치중하는 자신과 A치과 그룹의 행태를 보며 일하는 내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A치과 그룹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과잉 진료를 종용했고 위생사는 임플란트를 2개만 해도 되는 환자에게 9개를 하도록 유도했다. 인센티브에 얽매이다 보니 신경치료나 잇몸치료 대신 돈이 되는 진료가 우선이었다.

치료할 수 있는 이를 살리지 않고 임플란트를 유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충치 치료도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치료를 우선시했다. 약 1만 원 하는 아말감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환자에게 인레이 등의 진료를 유도했다. 나씨는 몇 차례 부당함을 제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의 머릿속에는 ‘개업을 할 돈도 없고 학자금 대출받은 빚까지 갚으려면...’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진료방식이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난 1년간 나씨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이러려고 의사가 된 게 아닌데...’였다. 결국 그는 A치과를 그만두고 나왔다.

영상해설
김철신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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