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벌(50)씨는 올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물색 중이다. 김씨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병원은 서울 강남에 있는 A병원이다. A병원은 2박 3일 동안 암이나 심장, 호흡기, 안과 검진과 각종 영상검사를 하는 퍼스트클래스 검진을 제공한다. 비용은 남성이 850만 원, 여성이 880만 원이다. 1일 입원비가 49만~430만 원인 1인실 비용을 추가하면 실제 검진 비용은 1000만 원이 넘는다. 이곳에서는 VIP 전담 간호사의 1대1 의견을 받아 집중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김씨가 두 번째로 살펴본 병원은 서울 강북에 있는 B병원이다. B병원은 리무진· 에스코트 서비스·검진 후 1년간 진료 연계 및 관리를 받을 수 있는 2박 3일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격은 600만~850만 원. 헬스장과 골프연습장, 산책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이나 출장 시 긴급의료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전담 주치의에게 365일 건강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돈 많은 김재벌씨가 누리는 의료와 서민 박평범씨에게서 없어져가는 의료, 재벌이 장악한 병원에 공공의료는 죽어간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C센터도 눈여겨보고 있다. C센터는 건강검진과 안티에이징 관리는 물론 줄기세포 보관과 다양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1억7000만 원의 입회비는 물론 매년 수백만 원의 연회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이곳에서는 원스톱 검진시스템을 비롯해 노화도 정밀검진, 유전자 검사 등을 진행할 수 있으며 내부에 갖춘 헬스 클럽, 스파, 사우나, 수영장 등을 이용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혹시라도 암이 발견되면 전 세계 최고 권위의 병원 네트워크로 연결해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주치의가 1대1 진료와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은 물론 전담 간호사도 1명 배정된다. 전담 트레이너와 간호사, 영양사가 한 팀이 돼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편, 강원도에 사는 박평범(33)씨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차를 몰고 춘천에 있는 병원을 찾아 간다. 박씨의 주변에는 응급실을 갖춘 B공공의료원이 있지만, B의료원은 의사도 간호사도 부족해 제때 진료를 받는 것조차 힘들다. 그는 오늘도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먼 길에 나섰다.

공공의료원이 돈이 덜 들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별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소외계층도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공공의료원의 임무는 이미 옛이야기 같다. 매년 적자로 허덕이던 의료원은 경영안정을 위해 본래 목적은 잠시 뒤로하고 돈이 되는 의료사업을 늘렸다.

공공의료원은 장례식장 운영, 건강검진사업 확대 등 의료 외적인 부분에서 수익성을 높여 적자를 보전하고 있었고 의료비는 매년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인력난은 피할 수 없었다. 도내 의료원에 근무 중인 전문의 중 대다수는 3년의 복무기간을 채우면 서울로 떠났고, 간호 인력 부족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대도시 의료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지역의료원을 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도서 산간 지역의 보건의료원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이 넘도록 원장이 공석인 곳도 있었다. 간호사들이 3교대로 돌보기에는 환자가 너무 많았고, 간호사 1명당 6명 이상의 환자를 돌봐야 하므로 간호등급은 최하인 7등급일 수밖에 없었다. 3교대로 운영하지만 간호사들은 업무 피로도가 최고조라고 호소했다. 결국 신규 채용된 간호사들도 3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두고 대도시나 대형병원 등으로 떠나기 일쑤였다.

영상해설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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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째 사례
민영화씨는 어떻게 의료비 폭탄을 맞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