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와 의료영리화 모두 병원의 돈벌이 추구 강화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는 말은 의료영리화입니다.
의료민영화는 정부가 의료에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의료를 시장에 맡긴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병원은 대부분 민간 소유입니다. 민간병원이 94% 가량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의료가 민영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법과 제도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의료법 시행령 20조(의료인의 사명)는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의료업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하여야 하고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영리법인병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체계도 있습니다. 2012년 기준 국민의 97%가 직장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습니다. 동네병원에 가서 2천~3천원의 본인부담금만 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건강보험 덕분입니다.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 의료민영화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체계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병원에 영리 목적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는 투자활성화대책은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병원이 돈벌이에 치중하면 국민 의료비가 상승하고 국민건강보험재정 지출이 늘어납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보험 재정 축소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공공병원 비중이 낮은 가운데에서도 그나마 의료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비영리법인병원과 국민건강보험제도 덕분인데, 영리 목적 자회사 허용으로 근간이 흔들리면 건강보험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의료민영화와 의료영리화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