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습니다. 정부가 자회사 수익의 일부를 의료분야에 재투자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순 있겠지만, 주식회사인 자회사가 상법에 근거해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환자 진료와 부대 서비스로 돈을 벌어 투자자가 챙기게 됩니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학교법인 병원들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자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가족들이 의약품 공급 도매상을 차려 자신들의 병원에 거의 독점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과 도매상이 모법인-자법인 관계였던 셈인데요, 병원은 도매상으로부터 약품을 비싸게 사들였습니다. 이게 2009년 국정감사 때 문제로 지적됐는데, 도매상들은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고, 학교법인 이사장과 가족 등 주주들은 천문학적인 배당 잔치를 벌이면서 이익을 나눠가졌습니다. 이런 부당한 거래로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간 돈이 86억원이나 됐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정부, 기업,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으니 결국 국민 주머니를 털어 이익을 취한 셈입니다. 이후 약사법을 개정해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과 병원의 거래를 막았는데요. 의료법인에 영리 목적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