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멸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솔로들이다. 만발한 벚꽃 사이로 연인과 거닐기 좋은 봄, 팔짱을 낀 채 낄낄 거리는 커플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연애가 하고 싶다. 봄이라서 더 지독하게 외로운, 하필 봄에 이별한 사람들을 다독여 주는 앨범 ‘니가 들었으면 좋겠어’가 28일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디지털 싱글앨범 ‘니가 들었으면 좋겠어’의 두 주역인 꽃미남 래퍼 비트제이(조재환)와 슈퍼스타K5에서 공군 병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변상국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제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연인과 결별, 올 봄 솔로다. 비트제이는 왜 연애를 시작하는 봄에 이별 노래를 냈냐는 질문에 “(봄에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에 이별했으니 더 슬프잖아요. 이 시기에 헤어진 분들은 2배로 힘들고 2배로 공감할 거예요”라며 “이별하신 분들, 이 노래 적극 추천해요”라고 말했다.
비트제이와 변상국이라는 조합이 눈길을 끈다. 강력하고 흡입력 있는 랩을 하는 비트제이와 가수 이승철에게 극찬을 받은 감미로운 목소리, 변상국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월 중순 공군을 전역한 변상국의 등장은 반가웠다. 변상국은 지난해 슈퍼스타K5 방송분에서 가수 이승철에게 “(변상국 목소리는)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라고 칭찬을 받을 정도로 호평 받았다. 멜로디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여냄과 동시에 부드러운 톤으로 여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그의 고배는 팬들에게 더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당시 슈스케5에서 노래 잘하는 공군 변 병장으로 각인된 그지만 일부 자신을 알아보는 시선에 대해서 “연예인이 아니라서 익숙하지 않고, 아직까진 좀 당황스러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청자들에게 아일랜드 미션은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TOP10으로 거론되던 변상국이 탈락해 군대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변상국은 당시 ‘미련한 사랑’을 불렀고 그의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단들은 판정을 번복, 통과에서 탈락으로 평가를 바꿨다.
부산 ‘상남자’의 포스를 안고 2012년 서울로 상경한 비트제이는 2010년부터 싱글앨범 ‘Beat-J’, ‘인생아, 한잔해’(2013), ‘내가 내다 Part.2’(2013)를 꾸준히 발매하며 자신만의 랩을 구축해 왔다. 여러 차례 싱글앨범을 선보였던 그지만, 이번 앨범은 그에게 어떤 의미에선 처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활동해왔다가 누군가와 함께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처음이기도 하고, 음악 스타일 자체도 처음이며, 사랑이나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룬 것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해오다가 아무래도 귀가 두 개에서 네 개다 보니 좋은 곡이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처음부터 래퍼의 꿈을 키웠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즐겨 듣고 따라 부르는 수준이었다. 좋아하는 래퍼들이 많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드렁큰타이거다. 그를 랩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었다. 여전히 드렁큰타이거가 좋다고 말하는 그는 거창한 이미지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랩 속에 담는 ‘곤조’를 지켜나가고 있다. 거짓, 과장은 거부란다.
스테이지를 날려버릴 듯한 강한 랩을 선보였던 비트제이는 이번 앨범 ‘니가 들었으면 좋겠어’를 통해서 다른 랩 스타일을 선보인다. 헤어진 연인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다. 한 마디 한 구절 따박따박 말을 건다. 울 것 같기도 애절하기도 하다. 한층 부드러운 랩에 어쿠스틱한 기타선율을 입혀서 우울함과 슬픔, 애틋함, 거기다 따뜻함까지 녹여냈다.
시인 T.S 엘리엇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 맞는 것 같다. 3월 28일 앨범 공개를 앞두고 제작을 위해 똘똘 뭉친 남자들은 이 봄날, 이별한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봄에 이별한 남자들끼리 모여서, 작정하고 아픈 곳을 들춰내는 식이다. 비트제이는 “뮤직비디오를 찍는데 도움을 준 친구 역시 모태솔로에요”라며 웃어보였다. 이별남들이 똘똘 뭉쳐 만들었기에 현재 이별 중인 솔로들에게 더욱 큰 공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로에 대해 전혀 몰랐던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첫 어색함을 뒤로하고 만남과 작업을 진행했던 두 사람은 닭꼬치를 먹으며 화곡동을 걸어가는 그 중간 어디쯤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다. 9km를 걸으며 나눴던 진솔한 이야기는 술자리의 그것보다 강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동시에 “술 안먹었어요. 꼬치만 먹으면서 걸었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두 사람은 추구하는 음악 장르가 다르다. 비트제이는 랩이고 변상국의 보컬 부분은 대체로 부드러운 선율의 발라드다. 음악이란 것이 세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고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충돌이 있을 법도 했다.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두 사람은 적응하기 어려운 습관은 없었을지 궁금해졌다.
비트제이의 구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어려운 점 투성이었다. 제작비나, 프로모션 등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트제이나 변상국 역시 이번 앨범이 여러 의미에서 처음이기도 했다. 맨땅에 헤딩한 격이다. 비트제이는 “어려운 점 너무 많아요. 지금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런 형의 노고를 아는지 변상국은 “형이 거의 다 했어요. 전 처음이라 빌빌 댔는데...”라며 “그래도 이런 경험이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몸으로 부딪혔어요”라고 말했다.
녹음할 때부터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두 사람은 ‘니가 들었으면 좋겠어’를 통해 봄에 이별한 이들에게 공감이 전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더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