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故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故황유미씨 아버지의
‘또 하나의 약속’

인터랙티브 인터뷰 황상기씨

김도균 최재덕 기자 최종편집 : 2014.11.10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지금도 싸우고 있다.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일부 노동자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올해 초 딸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가 영화(‘또 하나의 약속)로 만들어져 사회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삼성전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했다. 이제 유미씨 아버지의 억울함도 삼성반도체 피해 문제도 풀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건 사과가 아니에요”

2007년 3월 6일. 잊지 못할 그 날

아버지는 아직도 딸의 마지막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속초로 돌아오는 차 안이었다.

“영동고속도로 타고 오는데 유미가 덥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앞뒤로 창문을 조금 열었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나 추워' 그러더라구요. 둔내 고갯길을 오르는데 유미 엄마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아니 얘가 왜이래 하며 놀라는거에요. 봤더니 유미 눈이 뒤집어지고 숨이 넘어가는 거에요.

차를 세우고 봤너니 이미 숨이 넘어갔어요. 유미 엄마는 유미를 붙잡고 올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가 고속도로 위에서 차를 세우고 그러고 있더라구요.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유미를 이불로 덮고 속초로 왔어요. 친척들한테 우리 유미 죽었다고 알리고, 어떻게 그 길을 돌아왔는지 기억이 없어요.

병원에서 사망진단서 받고 유미를 안치시키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삼성에서 오겠다고 연락이 왔더라구요"

유미와의 약속 그리고 또 하나의 약속

지난 8월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이종석)는 2007년 급성골수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서전자 기흥사업장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59) 반올림 대표 등 '삼성 백혈병' 노동자 본인과 유가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원심과 같은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인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습식식각 공정 등에서 근무하면서 벤젠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있고 이로인해 백혈병이 발병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딸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유미가 백혈병에 걸려 싸우고 있을 때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 병에 걸렸다는 걸 밝혀내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법적으로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걸린 것으로 판례로 남았지만 삼성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잘못해 사과를 하면 그 잘못이 재발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었지만 너무도 빨리 지나간 10년

이제 내년 봄이면 황유미씨 8주기. 백혈병이 걸린 걸 알고 싸움을 한지도 10년이 된다.

하지만 딸 유미가 누워있던 자리는 아직도 그대로다. 68년에 지어져 낡고 비가 새기도 하는 집은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이사할 꿈을 안고 모았던 돈도, 딸이 생전에 공장에 다니며 모았던 돈도 모두 병원비로 들어갔다.

딸이 누워있던 그 자리는 낯익은 모습이었다. 생전에 아버지와 마지막 사진을 찍기도 했던 자리였다. 딸이 쓰던 물건은 다 치웠는데 가방과 회사 사원증 등은 남겨뒀다고 했다.

황상기씨는 "아직도 잠자리에 누우면 지난 9년이 생생하게 지나간다”며 "유미가 처음 병에 걸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때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금새 그 긴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리고 반올림 활동을 위해 수시로 서울과 속초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