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라는 이미지와 달리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의 주장은 근거가 분명하다. 가끔씩 날선 비판을 할 때도 이유가 분명하다.
통합신당이 창당 과정에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쓴 소리와 비판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민중의소리>의 단독보도로 새정치연합 측의 정강정책 초안에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선언 승계’ 등이 제외되어 있는 것이 알려지고 난 이후, 정청래 의원은 ‘화’가 나 있었다.
그를 만났다.
정 의원 뿐만은 아니었다. 당 내 초선의원부터 원로들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에 ‘항의’를 한 상태다.
정청래 의원은 이번 논란은 “안철수 위원장의 아마추어리즘이 부른 촌극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지적받아왔던 안 위원장에 대한 따끔한 충고였다. 최근 안 위원장이 창당 시도당대회에서 전국을 돌며 ‘실무선의 실수였다’고 해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 청래 의원이 파악한 정황은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정강정책분과 내에서 새정치연합 측이 보였던 태도는 안 위원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자신들의 정강정책 초안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주장은 명쾌하게, 해명은 깔끔하게 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위원장은이 주장도 명쾌하지 않았고 해명도 깔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실무진의 착오였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건 용감하지 못한, 비겁한 책임회피였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창당 발기인대회 취지문에 대해 정 의원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노동에 대한 관점, 복지에 대한 관점, 통일에 대한 관점이 그것이다.
'자본과 노동이 상생하는 인간중심의 경제를 지향하고 개개인의 창의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역동적인 경제 체제를 확립하고자 한다'는 부분에 대해 정 의원은 "굉장한 미사여구(美辭麗句)"라고 힐난했다.
그는 통합신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기 때문에 서민·중산층 편에 서야 한다면서 "자본과 노동의 1대1 또는 5대5 개념으로 기계적 중립주의 위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과 대기업은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성장했고 성공했다"면서 "이제는 승리의 열매, 이익을 가져다 준 노동자들에게 (승리의 이익을) 가져다 줄 때"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면서 "그러한 미사여구, 숨은 뜻에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그런 말을 하는 건 새누리당이나 하는 말이다."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정 의원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학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인데, 남북기본합의서 이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공생적 의존 관계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발기인대회 취지문은) 마치 적대적 상호 관계라는 냉전시대 논리를 다시 들고 나온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과연 새 정치인가?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구현할 수 있는 로드맵과 수단도 새 정치여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 위원장은) 새 정치가 아닌 것 같다. 수단과 방법은 구태적 방법인 1인 독재 정당에서 나왔던 '하향식 오더', '지시 체제'를 유지했던 것 같다. 달리기를 해 1등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6, 70년대 운동화가 아닌 21세기 신기술이 접목된 운동화를 신고 뛰어야 새 기록이 나올 것 아닌가."
새정치연합 측은 논란이 되자 여러 가지 역사적 사안을 정강정책에 넣으면 불필요한 논쟁을 부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놨다. 이를테면, 과거 보수 정권이 체결한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 등도 6.15·10.4 선언과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은 이념적 논쟁을 부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역사인식의 불철저이자 정의 개념에 대한 몰인식”이라면서 특유의 비유법으로 일침을 가했다.
안철수 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안철수 위원장은 4.19와 5.18은 물론이고 6.15와 10.4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해당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김한길 대표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혹여 6.15·10.4 선언 등을 빼겠다는 안철수 위원장 측의 강한 요구가 있었다면 ‘양보’를 해주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논란이 있더라도 통합 선언이 ‘파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통합신당이라는 ‘대사’를 위해서는 비록 잘못한 일을 했어도 상호 비난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