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인터뷰 | 정청래 민주당 의원
인터랙티브 인터뷰 정청래 민주당 의원 “안철수, 정강정책논란 애매모호하게 해명하니 진화가 안되는 것”

‘강경파’라는 이미지와 달리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의 주장은 근거가 분명하다. 가끔씩 날선 비판을 할 때도 이유가 분명하다.

통합신당이 창당 과정에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쓴 소리와 비판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민중의소리>의 단독보도로 새정치연합 측의 정강정책 초안에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선언 승계’ 등이 제외되어 있는 것이 알려지고 난 이후, 정청래 의원은 ‘화’가 나 있었다.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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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 뿐만은 아니었다. 당 내 초선의원부터 원로들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에 ‘항의’를 한 상태다.

정청래 의원은 이번 논란은 “안철수 위원장의 아마추어리즘이 부른 촌극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지적받아왔던 안 위원장에 대한 따끔한 충고였다. 최근 안 위원장이 창당 시도당대회에서 전국을 돌며 ‘실무선의 실수였다’고 해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 청래 의원이 파악한 정황은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정강정책분과 내에서 새정치연합 측이 보였던 태도는 안 위원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자신들의 정강정책 초안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주장은 명쾌하게, 해명은 깔끔하게 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위원장은이 주장도 명쾌하지 않았고 해명도 깔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실무진의 착오였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건 용감하지 못한, 비겁한 책임회피였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이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도 ‘실무자들의 실수’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민주당의) 정강정책분과에 들어갔던 의원과 만났다. (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오더'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새정치연합 측에서) 탱크처럼 밀고 들어왔다고 한다. 기가 막혀서 '이건 안 된다', '다음에 논의하자'며 간신히 나왔다고 하더라.

또 이것(6.15·10.4선언 계승 등 배제)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새정치연합 측에서)보안을 유지하자고 했던 것이라고 들었다. 그야말로 아마추어리즘이 부른 촌극 내지 참극이다. 스스로 공개한 꼴이 되지 않았나. 소모적인 낡은 논쟁거리로 스스로 화를 자초한 면이 크다. 엎질러진 물을 쓸어담을 수는 없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해명과 사과, 재발방지는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해명마저) 애매모호하게 하니까 진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창당 발기인대회 취지문에 대해 정 의원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노동에 대한 관점, 복지에 대한 관점, 통일에 대한 관점이 그것이다.

'자본과 노동이 상생하는 인간중심의 경제를 지향하고 개개인의 창의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역동적인 경제 체제를 확립하고자 한다'는 부분에 대해 정 의원은 "굉장한 미사여구(美辭麗句)"라고 힐난했다.

그는 통합신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기 때문에 서민·중산층 편에 서야 한다면서 "자본과 노동의 1대1 또는 5대5 개념으로 기계적 중립주의 위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과 대기업은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성장했고 성공했다"면서 "이제는 승리의 열매, 이익을 가져다 준 노동자들에게 (승리의 이익을) 가져다 줄 때"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면서 "그러한 미사여구, 숨은 뜻에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그런 말을 하는 건 새누리당이나 하는 말이다."

안철수 위원장의 정체성과 관련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은 계속 있지 않았나. 신당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통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잘못됐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의 깃발을 들고 정권을 심판해 (민주당이)이겼다. 민주당의 승리 콘텐츠가 됐는데, 그것을 다시 허물자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를 비판하고 공격할 마당에 우리가 가난한 집 걱정이 아니라 부잣집 상황을 걱정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당장 보편적 복지의 정신에 따라 (노인 분들에게)기초연금 지급이 어렵다면, 깃발을 더 높이 들고 다음번에 꼭 해내라고 주장하는 것이 맞다.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하겠다는 건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통일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교과서나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에 나올 법한 것을 차용했다. 우리에게 통일 분야는 유구하고 찬란한 정신이 있고 올바른 말이 많다. 7.4 공동성명이나 6.15 공동선언 모두 통일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할 지 잘 나와 있다. 7.4 공동성명이 김일성 주석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이지만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하자', '전쟁하지 말고 평화적으로 통일하자', '욕하지 말고 서로 인정하면서 통일을 준비해 나가자'. 이 얼마나 좋은 말이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던 걸 왜 우리는 쓰면 안 되나.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도 기본정신은 상대방 존중 정신이다. 6.15, 10.4 선언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정 의원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학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인데, 남북기본합의서 이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공생적 의존 관계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발기인대회 취지문은) 마치 적대적 상호 관계라는 냉전시대 논리를 다시 들고 나온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과연 새 정치인가?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구현할 수 있는 로드맵과 수단도 새 정치여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 위원장은) 새 정치가 아닌 것 같다. 수단과 방법은 구태적 방법인 1인 독재 정당에서 나왔던 '하향식 오더', '지시 체제'를 유지했던 것 같다. 달리기를 해 1등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6, 70년대 운동화가 아닌 21세기 신기술이 접목된 운동화를 신고 뛰어야 새 기록이 나올 것 아닌가."

민주당을 대표했던 두 선언을 비롯 5.18 민주화운동이나 4.19 혁명 역시 강령에서 제외시켜도 별문제 없다는 역사적 인식도 문제다. 이는 '평화', '통일' 보다는 '안보'에 무게를 뒀던 것이 6.15·10.4 선언 배제를 검토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으로 위기의 시대에 중립에 서는 것은 악의 편에 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종북몰이라는 광풍이 분다고 해도 결코 불의의 편에 설 수는 없다. 정의의 편에 서기 어려워서 애매모호하게 중립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건 비겁한 행위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전쟁을 하자거나 반통일 대열에 서자는 것은 옳지 못하다. 실제로 한반도의 통일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가 되더라도 절대로 전쟁을 해서는 안 되고, 민족·화해 협력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남북이 상생하는 통일이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우리의 논리를 관철하지 않으면 절대 통일은 안 하겠다고 하는 건 냉전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튼튼한 안보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는 건 북한의 오판과 도발 등을 사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불미스런 충돌에 대해 단호한 조처, 국방태세를 갖춤으로써 북한의 오판으로 인한 도발을 억제하는 게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진보진영의 관점을 명확히 하는 것은 통일의 저해 요소가 아니라 필수조건이며, 새롭게 정신무장하는 것도 통일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의 강령인)'통일-외교-안보'라는 순서를 '안보-외교-통일'로 바꾸는 자체는 한 마디로 얄팍한 수다. 통일이 안보 보다 먼저 있다고 해서 안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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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측은 논란이 되자 여러 가지 역사적 사안을 정강정책에 넣으면 불필요한 논쟁을 부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놨다. 이를테면, 과거 보수 정권이 체결한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 등도 6.15·10.4 선언과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은 이념적 논쟁을 부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역사인식의 불철저이자 정의 개념에 대한 몰인식”이라면서 특유의 비유법으로 일침을 가했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을 굳이 정강정책에 넣는 것은 소모적 논쟁을 부를 수 있다'는 새정치연합 측의 주장은 어떻게 보나?

두 가지다. '논쟁하지 말자' 그리고 '시끄러우니까 귀찮다'. 그들의 논리대로 비약해 말하면, 선거 때 유세차도, 홍보 방송도, 명함도 뿌리지 말아야 하고 선거 공보물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방에서 주기도문 외우듯이 기도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인식의 불철저이자 정의 개념에 대한 몰인식이다. 정의와 민주주의, 평화를 지키려고 하는 과정 속에서 골치 아픈, 또는 귀찮은 논쟁이 있더라도 마다하면 안 된다. 바다가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결코 바다를 건널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이 두렵다면 민중의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의' 앞에 잘못된 공격이나 비판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당헌당규에 대한 논란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 측에서 제왕적 총재 체제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계파를 없애는 모임을 하자고 해놓고 또 계파 만든다. 제왕적 총재 없애고 1인 지배 정당 체제는 민주 정당이 아니라고 하면서 1인 체제를 관철하고 있는 건 이중모순 아닌가. 국회의원은 지역 유권자의 대표성이 있는 것이고 헌법기관이자 입법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기분대로 일 처리를 하면 안 된다. 자기의 위치와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김한길 대표가 아주 멋있는 말을 하지 않았나. 민주당은 민주당의 눈이 아닌 국민의 눈으로 민주당을 바라보겠다고. 명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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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안철수 위원장은 4.19와 5.18은 물론이고 6.15와 10.4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해당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김한길 대표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혹여 6.15·10.4 선언 등을 빼겠다는 안철수 위원장 측의 강한 요구가 있었다면 ‘양보’를 해주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논란이 있더라도 통합 선언이 ‘파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통합신당이라는 ‘대사’를 위해서는 비록 잘못한 일을 했어도 상호 비난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추진해 이뤄낸 김한길 대표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진 않나?

'이견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6.15·10.4 선언을 빼자는 데 이견이 없다는 것인지, 넣자는 데 이견이 없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봉합은 얼떨결에 됐으나 엉거주춤한 상태 아닌가.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햇볕정책을 수정할 것 같은 액션을 이미 한 번 취했다. 그것을 봤을 때 실제 두 선언을 빼자고 주장하진 않았겠지만, (안철수 위원장이) 강력하게 주장한다면 '익스큐즈'(양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갖고 있다. 나는 비판주의자가 아니다. 잘못된 길을 갔을 때 침묵하는 사람은 결국 나중에 잘못된 길을 가게 되어 있다. (김한길 대표, 안철수 위원장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하면 내가 선 길도 잘못된 것 아닌가.

당 내에선 이번 정강정책 논란을 거치면서 일부긴 하지만 '새정치연합과 같이 갈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균형을 잃으면 안 된다. 권투경기에 비교하자면 안철수 위원장이 휘두른 펀치에 민주당이 세게 맞은 것이다. 거기에 민주당의 계파와 정파를 떠나 초선 의원부터 원로 분들까지 모두가 안 위원장에게 다시 일격을 가한 것이다. 충격적인 한 방을 서로 주고받은 거다. 이럴 땐 '클린치'(Clinch, 권투에서 상대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하여 껴안는 일)해야 한다.

서로 잠시 쉬면서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서로에게 침을 뱉거나 삿대질을 하거나, 링 밖으로 나가버리면 파혼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통합은 잘 된 것이고 더 잘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극단적인 용어를 양 진영에서 자제하는 게 맞다. '새정치연합과 같이 당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한 발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사(大事)를 그르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