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인터뷰 |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새정치연합, 기초 무공천에 딜레마 넘어 주화입마 빠져”

인터랙티브 인터뷰 -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최지현 기자 사진윤재현 인턴기자 영상김도균 기자

기초선거 무공천, 혼란에 휩싸인 통합신당

주화입마(走火入魔). 주로 무협지에서 나오는 이 말은 무공을 너무 열심히 연마하다 연습이 과해서 심신에 마귀가 들어가 아주 망가진다는 상태를 일컫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2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혼란에 휩싸인 자당의 현 상황을 이에 비유했다.

“당이 딜레마적 상황을 넘어서 ‘주화입마’ 단계에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기초선거에 있어서 희생을 감수하는 수준을 넘어서 광역단체장 수준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고, 더 나아가서 지방선거 이후에 당 체제에 있어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김 의원은 자신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론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 당이 끝내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결론을 낸다면, 세계 정당사에 웃지 못 할 희극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이런 사례가 세계 정당사에 있을까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유이(唯二)한 조직이 하나는 노동조합이고 하나는 정당인데, 그만큼 정당이라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계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런 정당에 대해 가장 많이 비판이 국민과 유리된 ‘붕당정치’,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오히려 풀뿌리, 국민, 대중 속에 (정치를) 뿌리박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공천은 정당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팔과 다리를 다 자르고 뿌리를 거두는 일인데, 이게 어떻게 옳은 일일 수 있겠습니까.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상황은 더 블랙홀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하다. 각 지역에서 출사표를 던진 기초선거 예비후보들은 당의 무공천으로 인해 혼란에 휩싸였고, 당내에선 무공천 방침을 둘러싸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김한길 두 공동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무공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뒤엎은 새누리당은 ‘거짓말 정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공천이라도 감수하겠다는 민주당은 ‘새정치’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앞으로 새정치나 정치혁신 있어서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것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김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과연 국민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민주당은 지켰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안 지켰구나, 그래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거짓말 정권이고,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투표를 할까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여서 모든 것에 우선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앞으로 새정치나 정치혁신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것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는 5월 15일부터 이틀간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법안 처리 시한은 사실상 4월 임시국회 회기다. 이에 김 의원은 “‘위화도 회군’이 조선 개국으로 이어진 역사를 되짚어 봐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그렇다고 김 의원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결자해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논쟁을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데다 안철수·김한길 두 공동대표가 통합에 합의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다시 약속했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 과정은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지도부가 이 (무공천) 결정을 유지한다면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 잡은 감독, 선수는 뒷전

이러한 논란 속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에서 6.4 지방선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듯하다. 김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인해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성과를 지키기는커녕 거의 “초토화”, “전멸” 될 위기라고 밝혔다. 게다가 창당 과정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등 소모적인 논란으로 인해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사라졌고, 이에 지방선거의 주도권마저 여당에 빼앗기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저 쪽은 정몽준-김황식 ‘빅매치’를 성사시켜 후보를 띄우고 있는데, 우리는 후보는 뒷전에 있고 감독이 마이크 잡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 안 내려와서 선수가 경기장에 입장 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 흐름대로 가면, 서울시장 선거에 있어서 4월 안에 지지도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빨리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우리 후보들을 확정해 무대 위로 올려서 마이크를 잡게 하고, 감독은 감독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며 “선거는 후보가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게 아니고, 선거 승패는 후보 당락으로 결정된다는 건 당연한 선거 원리”라고 강조했다.

고개 드는 당 중도론과 진보성

어쩌면 출발부터 이러한 진통은 예견됐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전격적인 통합이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공론화과정없이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했고, 이후 불과 24일만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통합을 위한 정강정책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에는 다소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새정치연합 측은 민주당의 정통성과도 같은 ‘6.15, 10.4 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정강정책에서 뺄 것을 요구해 민주당 안팎으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 의원은 “이것은 사실 이념과 노선의 문제 이전에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공감대 위에 있던 사안인데, 이것을 새정치연합 측이 가볍게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내 우(右)클릭 논란도 경계했다. 그는 “기존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2012년 시민사회 세력과 통합된 민주통합당이 출범하면서 세워진 정강정책이었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가 3대 핵심 기조였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공약할 만큼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적 요구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강정책의 중심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적 요구가 확인된 것을 정책노선화했다는 점에서 ‘당이 좌경화 돼서 문제’라는 것 자체가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 어느 정당이 중도 포지션에서 좌우를 통합해서 집권했느냐. 그렇지 않다”고 중도론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핵심 과제는 수권정당이 돼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그걸 못하면 정당이 존립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고 생각한다.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희생과 진통, 고통을 감수하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그 수권으로서 자기정체성과 구체화된 정책, 실질적인 입법적 성과들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국에서 사리진 국정원, 지방선거 주도권 선점 과제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등 정국을 강타했던 이슈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도 작년까지 (대응)하다가 올해는 단절됐고,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도 지난 2월에 이슈로 떠올랐는데, 3월에 창당 작업하느라 이슈를 놔버렸다”며 “이슈라는 게 쭉 과정을 통해서 선거 쟁점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것을 못했으니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 쟁점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에는 ‘무상급식’ 공약이 전국적으로 화두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화두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이슈는) 광역단위별로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빨리 후보자들을 무대 위로 올려서 선거 이슈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이들 문제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해서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특검을 관철시키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독주’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 대해서도 “정당에 대한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권력이 나서서 할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해산심판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더 좋은 미래’(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혁신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이 진보를 향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합당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Q&A

Q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했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A형식적으로 창당은 끝났지만 아직 창당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방선거 과정 자체가 창당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Q통합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깜짝 합의'였지만 일단 민주당 내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는데요. 그때 소식을 듣고 어떠셨나요.

A저희도 몰랐으니까요. 전격적인 발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예전부터 하나의 정당 안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다면 다소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경쟁하면서 그 정치세력을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연합정당 혹은 빅텐트론자였기 때문에, 이런 합당이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기에 이뤄진 점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불리를 플러스 마이너스하면, (큰 차이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정치적 불안정성 요소들이 상당 부분 이번 과정을 통해서 정리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Q그럼 긍정적인 측면 말고 걱정되는 점은 없었나요.

A보통 통합은 상당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뤄집니다. 저도 ‘내가 꿈꾸는 나라’(시민정치단체)를 거쳐 민주당과 통합된 민주통합당을 만드는 한 주역이었는데요. 당시 2011년 8월부터 거의 6개월에 걸친 공개적이고 공론화된 과정을 거쳐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상당한 인식적 합의 기반도 사전에 만들어지고, 통합 주체들, 다시 말하면 기존 당원들이나 ‘혁신과 통합’(‘내가 꿈꾸는 나라’ 등으로 구성된 시민통합당) 구성원들의 동의 기반이 충분히 형성됐고, 국민들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대감이 형성되는 그런 공개적이고 공론화되는 일반적인 통합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대표가 전격적으로 통합을 이뤄냈기 때문에, 실질적인 통합 과정들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법률적 창당 이후에 지방선거라는 통합 과정을 사후적으로 거치게 될 거라고 보는 것입니다.

Q통합 과정에서 다소 진통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정강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A제가 책임간사를 맡고 있는 ‘더 좋은 미래’(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혁신모임) 소속 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분이나 당헌당규 문제 보다는 오히려 당의 정체성, 정책과 노선 문제였습니다. 그것이 집약된 정강정책이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2012년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이 통합한 민주통합당이 출범하면서 세워진 정강정책이었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라는 3대 기조를 확립했습니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공약할 만큼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적 요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강정책의 중심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되죠.

특히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당의 중도화의 빌미로 이번 합당이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저희가 우려했던 것처럼 (합당 논의 중 새정치연합 측으로부터) 우려스러운 제안이 있었던 것처럼 사실이고요. 지난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안철수 후보 측과 공약과 관련된 협의가 있었는데,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때도 상당히 우경화된 정책이 제안돼 진통이 있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사회정책이나 복지정책 관련된 분야, 외교·통일·안보 분야에 있어서는 이번 것보다 조금 더 오른쪽에 있는 안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이것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죠. 물론, 대선 이후 1년여 시간을 거치면서 안철수 의원이나 새정치연합 측에서도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라는 중심 기조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형태로 변했고, 안철수·김한길 대표 간의 합당 결의 공동선언에서도 그 점을 명확히 해서 큰 무리가 없지 않겠냐는 기대도 한편으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론 6.15, 10.4 공동선언 계승 문제를 정강정책에서 삭제하자는 제안이 있었고요. 또 우리가 민주화·산업화 모두를 계승하는 건 명백히 존재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지만,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으로 이어졌던 이런 민주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정신을 계승하는 문제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사실 이념과 노선의 문제이기 이전에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어떤 합의 기반, 공감대 위에 있던 사안인데, 이것을 새정치연합 측 분들이 가볍게 생각했다가 그것이 공론화된 뒤에 따가운 질책 받으면서 다행히 수정하게 됐죠. 일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론 큰 무리 없이 기존의 정강정책의 당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합의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이번 정강정책을 두고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평가도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경제 복지영역은 기존 정강정책을 유지한 셈이고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있어서는 일부 문구에 수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훼손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Q통합되면서 우(右)클릭 논란이 다시 일었고, 진보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A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중도화 주장은 대선 패배 직후에도, 올해 들어서도, 이번 합당 과정에서도 있었는데, 전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지금 민주당이 중도화를 얘기할 만큼 진보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하거든요.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 기조는 박근혜 후보도 대선공약에서 따라올 만큼 시대적, 국민적 요구로 확인된 것을 정책 노선화했다는 점에서, 이것이 ‘당이 좌경화 되서 문제’라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진단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전 세계 어느 정당이 중도 포지션에서 좌우를 통합해서 집권한 사례가 단 하나라도 있냐, 그렇지 않아요.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을 많이들 얘기하지만, 그것도 이론가 필립 굴드의 표현처럼 진보의 닻을 내리고 중원으로 나아가서 전 국민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집권한다는 말로 요약되는데요. 하지만 당의 정체성은 진보에 뿌리 내리고, 선거에서는 중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정책 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해나가는 것이죠. 선거 전략상의 중도층 공략을 부정하거나 비판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 정체성의 중도화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죠.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개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기반이 있어서 선거에 있어서는 중도 전략적인 선거 캠페인을 적극 활용하는 구성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통합신당 창당

Q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지켜나가야 할 진보개혁적 정체성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A우리가 지켜야 할 진보 노선의 핵심은 복지국가죠. 그런데 기존 민주당이 지향한 복지국가에서도 부족했던 점은 노동에 대한 공약과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없는 복지국가는 없거든요. 기존에 복지국가 노선에 추가해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비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적극적인 노동과 관련된 정책노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제민주화도 우리 당이 취해야 하는 진보적 노선의 핵심입니다.

다만, 기존 경제민주화 기조에서 두 가지 보완이 필요한데요. 한국사회에서 경제 권력의 핵심이자 전체적으로도 핵심인 재벌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구체화 되고 과감한 정책을 취해야 할 필요 있다고 봐요.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구조에 대한 개혁뿐만 아니라 국민 실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이 최근에는 ‘을지로(乙을 위한 길)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의 실질적 삶을 변화시키는 경제민주화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국민들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인 소득이 향상되어야 하고, 그런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야 말로 경제민주화가 추구해야 할 지점이라는 문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도 단순히 정치적으로나 남북 간의 민족적 차원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경제 미래를 담보하는 비전과 상호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가 곧 밥이다’라는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구체화돼야만 6.15, 10.4 선언과 같은 햇볕정책, 대북포용정책, 화해협력정책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존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 3가지를 단순히 고수하는 선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Q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한 마디로 진단하신다면?

A지금은 국민들께서도, 당 구성원들도 아직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제가 통합이 결정됐을 때도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통합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민주당은 통합을 했어도 그 통합의 효과가 혁신을 통해 뒷받침되지 못해서 몇 달 못가고 사라져버렸던 뼈아픈 경험 있는데요.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통합도 지속적인 정치혁신, 정당혁신이 이어지지 못한다면 통합의 효과도 금방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될 겁니다. 또한 이런 통합과 지속한 혁신을 통해서 결국 수권정당다운 체제, 리더십, 그것을 뒷받침하는 콘텐츠를 갖출 수 있느냐도 국민적 평가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통합은 끝났으나 실제 통합은 지금부터라는 겁니다.

Q그동안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요. 민주당과 통합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저는 새정치 담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정치혁신의 문제가 본질적인 것입니다. 이른바 새정치의 모호함은 여러 사람들이 지적해왔고 오늘(2일) 윤여준 전 새정치연합 의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는데요. 새정치는 안철수 의원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가 모호하다고 하는 것은 모두가 느끼는 점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다가 새정치가 반정치적인 담론에 빠져있는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그 점을 빨리 극복해야 할 텐데요. 대선 당시 나왔던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제안이나 이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제안도 반정당·반정치 담론으로 보고, 이런 정치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번에 우리 당이 끝내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결론을 낸다면, 세계 정당사에 웃지 못 할 희극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이런 사례가 세계 정당사에 있을까 싶습니다.

● 기초선거 무공천

Q그렇다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하시는 건가요.

A전세계적으로 진보성향 정당은 강한 정당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게 보수정당은 사회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조직들에 의해 뒷받침되는 반면에 진보정당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없어 강한 조직력을 가져야만 보수기득권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노동자들은 힘이 없으니까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조직력으로 자본에 대응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진보정당은 강한 정당 체제를 갖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진보정당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죠.

또한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유이(唯二) 조직이 하나는 노동조합이고 하나는 정당인데, 그만큼 정당이라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런 정당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게 국민과 유리된 붕당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오히려 풀뿌리, 국민들, 대중 속에 뿌리박아 나아가야 하는데, 기초선거 무공천은 정당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팔과 다리를 자르고 뿌리 거두는 일인데 이게 어떻게 옳은 일일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 정당을 밑으로부터 해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소위 ‘안철수 현상’ 속에서 묻어나온 반정치 담론이 만들어낸 잘못된, 왜곡된 이런 주장들이 결국은 대선 과정의 후과 때문에, 대선 때 뱉어놓은 말 때문에 여기까지 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죠.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강한 정치, 강한 정당입니다. 강한 정치, 강한 정당만이 소위 자본 권력에 대항하고 기득권에 대항해서 다수의 서민을 위한 정책과 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선 때 했던 말들이 있고, 합당 과정에서 어쨌든 두 대표가 해놓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이걸 쉽게 어떻게 하기 어려운 거죠. 사실은 저를 포함한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 22명은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반대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기 이런 정치적 과정 때문에 운신과 선택의 폭 좁아진 것이죠.

Q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A요즘 그런 표현을 쓰고 있어요. ‘주화입마’에 단계에 들어갔다고. 무협지에서 나온 얘기인데, 내공을 보강하기 위해서 내공 전술을 받는 과정에서 기가 잘못 돌아 주화입마 단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당이 딜레마적 상황을 넘어서 주화입마 단계에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기초선거에 있어서 희생을 감수하는 수준을 넘어서 광역단체장 수준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고, 더 나아가서 지방선거 이후에 당 체제에 있어서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단순히 무공천이 아니라, 지금 그 수많은 후보자들 다 탈당시켜야 하지 않습니까. 자기 구성원들을 본인 의사에 반해서 탈당하라고, 떠나라고 하는 그런 정당, 그런 조직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본인도 원하지 않는데 다 탈당해서 선거에서 전사해야 되는데, 그분과 그분 주변 사람들의 상처를 앞으로 지방선거 이후에 어떻게 보듬어 안을 수 있냐는 문제는 두고두고 이 정당에 굉장히 큰 후유증으로 남을 거라고 봅니다.

Q이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A거가 바로 눈앞에 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를 해야 된다고 보고요. 어쨌든 지금은 이 문제를 가지고 당 내부가 분란이 나면 안 되는 상황인데, 지도부가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위화도 회군’이 조선 개국으로 이어진 역사를 잘 되짚어 봐야 합니다. 길고 크게 봤을 때 지금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은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권력도 입법부 권력도 쥐고 있고, 정말 불통도 이런 불통이 없을 만큼 독선과 독주를 하는 상황인데, 지방정부까지 새누리당이 다 장악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만하게 독주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어떤 형태로 국정운영할지 상상해보면 지방선거에서의 승패는 단순히 민주당이 몇 석에서 자치단체장을 확보하느냐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정치,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흐름을 좌우하는 문제가 될 겁니다. 지방선거에서 작은 승리에 집착하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라는 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회 안팎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농성과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A비록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옳지 않더라도 서로가 같이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성립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측면과 지도부에게 절박한 인식을 촉구하는 양면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래 끌 수는 없겠죠. 저는 무엇보다 이 정당공천 문제가 국민들이 보시기에 정말 모든 것에 우선할만한 이슈인가에 대해서 별로 동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 갖고 약속의 정치와 거짓말 정치를 나누는 기준선을 잡아서 그걸 프레임으로 갖고 선거를 치르겠는 생각을 우리 당 지도부가 해서는 안 됩니다. 과연 국민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민주당은 지켰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안 지켰구나, 그래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거짓말 정권이고,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투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여서 모든 것에 우선일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앞으로 새정치나 정치혁신 있어서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것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2년 동안 정치적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당 지도부가 결자해지 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그러나 결자해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논쟁을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입니다. 지도부가 이 결정을 유지한다면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책임져야겠죠.

Q신당 창당과 기초선거 공천 문제로 인해 정작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나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지금 선거에 있어서는 두 가지 문제인데요. 민주주의와 민생입니다. 그 점은 당이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나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같은 문제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해서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특검을 관철시키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런 부분에서 당이 우리 지지층의 신뢰를 못 얻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에선,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해 확실한 비전·대안·정책을 내걸고 그것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 얻기 위해 민생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6.4 지방선거

Q이번 6.4 지방선거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구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현재 시점에서 지방선거 전망은 굉장히 어둡고 어렵습니다. 호남지역은 모르겠지만,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의 경우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인해서 2010년도 지방선거의 성과를 지키는 건 고사하고 거의 초토화, 전멸의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초선거에 대해서는 극과 극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지금의 야당이 정말 전멸했었습니다. 기초단체장 뿐만이 아니라 광역의원까지 전멸한 것이었죠. 반면 2010년에는 무상급식을 이슈로 해서 수도권에서 당시 민주당이 압승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인해 현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수의 반도 건지기 힘든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기초선거에서의 패배만이 아니라 광역선거 조차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나는 지금 창당하는 과정 속에 있으면서 우리 후보가 사라지는 것이죠. 저 쪽은 정몽준-김황식 ‘빅매치’를 성사시켜 후보를 띄우고 있는데, 우리는 후보는 뒷전에 있고 감독이 마이크 잡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 안 내려오니까 선수가 경기장에 입장 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 흐름대로 가면, 서울시장 선거에 있어서 4월 안에 지지도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경기도 선거는 이미 (지지율에서) 지고 있는데,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인천 같은 경우에는 뒤집어졌는데 그게 호전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합당의 효과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거의 사라져버리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합당하기로 선언하고 나서 합당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바람에 한 일주일 이상을 그냥 공쳤고, 그 다음에는 당 이름에 ‘민주’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지고 또 점수를 까먹고, 이어 6.15, 10.4 선언과 같이 정강정책에서 뺄 수 없는 걸 빼자고 하는 바람에 점수 까먹고. 어떻게 보면 합당 선언 이후 창당까지 한 달 동안 시너지를 만들어내면서 끌어올렸어야 했던 정당 지지도를 오히려 쭉 까먹은 것이죠. 2011년 12월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이) 통합을 선언하고 실제로 통합이 됐던 2012년 1월 15일 전당대회 직후에 지지도가 계속 상승해서 결국 보름 뒤에 당시 한나라당 지지도를 앞서는 역전현상까지도 만들어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못한 것이죠.

빨리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우리 후보들을 확정해 무대 위로 올려서 마이크를 잡게 하고, 감독은 감독의 위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선거는 후보가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게 아니고, 선거 승패는 후보 당락으로 결정된다는 당연한 선거 원리를 당 지도부가 잘 참조했으면 좋겠습니다.

Q이번 지방선거에서 핵심 의제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A전국적으로 2010년처럼 단일화된 하나의 핵심 이슈가 형성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 당시엔 무상급식 이슈가 서울시장이 아니라 전국적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쟁점 되는 이슈가 형성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광역단위별로 형성되지 않을까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후보자들이 무대 위로 올려서 선거 이슈 제기하고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Q왜 전국적 이슈가 만들어지기 어렵나요.

A전국적 이슈는 기획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전에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그것을 제대로 못 만들고 있지 않았습니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도 작년까지 (대응)하다가 올해는 단절됐고, 간첩 증거조작 사건도 지난 2월에 이슈로 떠올랐는데, 3월에 창당 작업하느라 이슈를 놔버렸죠. 이슈라는 게 쭉 과정을 통해서 선거 쟁점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것을 못했으니까 전국적 쟁점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Q정권심판론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A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출범한 직후에 열리는 전국선거가 ‘정권심판론’으로 되기는 어렵죠. 다만 ‘견제론’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 심지어 보수언론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니까요. ‘독선과 독주를 그대로 두면 어떡하느냐, 더구나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불통이 아니라 먹통 수준으로 갈 것이다, 그러니까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야당에 힘을 실어주셔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도 공감할 것이라고 봅니다.

● '더 좋은 미래'

Q대선 이후에 주춤하다가, 최근 ‘더 좋은 미래’를 통해 여러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이처럼 목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시민사회 출신들을 중심으로 기존 계파와는 다른 정책과 노선, 가치에 기반하는 정치행동 그룹을 만들어서 당의 정체성 분명히 하고 수권을 가시화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구체화하는 한편, 국민들 속에서 활동하고 국민들 목소리 듣는 현장성을 강화하는 어떤 모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19대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대선 국면이어서 대선에 기여하고 대선 조직에서 활동하는 게 중심이지 저희 모임을 만들 시점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대선 지나고 그 모임을 시작하려던 와중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불거지면서 국정원에 대한 투쟁에 ‘올인’하게 됐죠. 그러던 과정에서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모임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작년 8월부터 매주 한 번씩 모여 모임 준비를 해왔던 겁니다. 작년 12월 초선의원 모임 결성을 논의하고 논의 과정에서 실천적 신뢰 있고 뜻을 같이하는 우원식 의원을 포함해 을지로위원회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같이 하겠다고 해서 5명의 재선 의원들이 합류해 발족을 하게 된 겁니다.

특정한 계기를 가지고 단기적 노선을 제시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긴 호흡으로 진보개혁의 수권세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습니다. 매번 대선 때마다 후보는 누가 되느냐로 쪼아야 하고 이합집산으로 늘 불안하게 선거 치러왔는데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세력이 형성되고 그것을 대표하는 자가 후보가 돼서 대통령이 되든 수장이 되든 하는 것 아니겠어요? 누가 후보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신뢰를 받는 수권세력을 형성하는 게 훨씬 중요한 문제입니다. 안정된 수권세력이 형성돼야만 대선 때마다 묘수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수권정당 만드는데 긴 호흡을 가지면서도, 진보개혁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그런 것을 모색하려고 만든 모임입니다.

Q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A통합진보당이나 내부 일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정치적 비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당해산심판으로 정당을 해산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봅니다. 민주국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정당에 대한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권력이 나서서 할 일은 아니죠. 그런 점에서 해산심판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진보당에 계신 분들께 고언을 드린다면, 이게 무슨 혁명조직도 아니고, 선거에 임하는 대중정당 하겠다고 했으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에 상식에 기반해 정치를 해야 되는 게 맞는 것이죠. 그렇지 못할 때엔 당연히 국민적 심판과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제기된 내란음모 사건의 경우, 내란음모로 몰아가고, 기소를 하고, 정당해산 청구로 가는 이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비난해 마땅하지만, 한편에선 민주적 정당 안에서 발생한 언행에 대해서 정당이 그에 응분한 사과와 조치를 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국민 속에서 대중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다른 정당들에게 어떤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정치라는 것은 끊임 없는 자정기능을 가져야한다고 봅니다. 진보당도 여러 가지 점에서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민주당이야 늘 욕먹으니깐.

Q새정치민주연합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와 ‘더 좋은 미래’의 앞으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께 해야 하는 일은 딱 하나입니다. 수권정당이 돼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못하면 정당이 존립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희생과 진통, 고통을 감수하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수권으로서 자기정체성과 구체화된 정책, 실질적인 입법적 성과들을 만들어내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혁신의 과정에 대해 필요하고, 수권정당을 목표로 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책 능력을 구체화하면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책임지는, 저 사람들을 정말 믿을 수 있는 신뢰감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고요. 그런 결의로 상당히 높은 내부 규율을 가지고 결사한 조직이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긴 호흡을 갖고 뜻한 바를 뚜벅뚜벅 걸어 실천하려고 합니다. ‘더 좋은 미래’ 책임 간사로서, 심부름꾼으로서의 제 역할은 ‘더 좋은 미래’가 국민들에게 기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임이자 정치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