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위원장을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만의 인터뷰였다. 이를 드러내는 순박한 웃음과 시원시원한 말투는 그대로였다. 계절이 바뀌었지만 지난해 12월 삭발한 머리는 여전히 짧았다. 어차피 구치소에 최소 몇 달은 있을 것 같아 2주의 한 번 있는 미용시간을 이용해 머리를 다시 깎았다고 했다. 그만큼 뜻하지 않은 석방이었다.
철도노조와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해 파업으로 여러 가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23일간의 파업도 철도 사상 최장기였고, 지도부가 연행되지 않고 여야와 최종 합의를 이끌어낸 뒤 자진출두한 것도 처음이다. 국민들의 뜨거운 파업 지지 열기도 철도노조로서는 생소한 경험이다. 구속된 위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돼 투쟁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것도 역시 사상 초유. 지금 김 위원장 앞에는 격리된 수감 생활이 아니라 현장탄압 분쇄와 철도민영화 저지라는 막중한 투쟁과제가 놓여 있다.
김 위원장도, 철도노조도 힘들지 않을까? 그는 웃으면서도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동지들과 여러 인사들이) 다들 반가워는 하시는데, 그 다음엔 ‘아 이거 어떡하지’ 이런 반응입니다”라며 웃었다. 철도민영화 저지 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노조와 관련해 “잘 버틸 것이다, 이렇게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 우리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바라는 모든 분들이 철도노조를 함께 지키는 것이 민영화를 막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철도 분할 민영화 강행에 김 위원장은 ‘깨알통치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와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모든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을 외치면, 유사업무 통폐합과 중복업무를 하나로 모으는 내용이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유사업무를 다 쪼개 경쟁이 안 되는 것을 경쟁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철도와 공기업 분할민영화의 핵심에 나카소네 총리 시절의 일본 국철노조 파괴와 같은 ‘노조 깨기’가 작동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연혜 사장에 대해서도 혹평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파업 직전에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나 하다못해 허준영 사장도 파업 전날 밤샘교섭하는 눈치라도 보였다”며 “노조와 합의한 것을 숙제 검사 맡듯 국토부에 들고 가서 아니라고 하면 교섭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해버렸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온몸을 다해 투쟁하겠다는 약속을 올해도, 내년에도 지켜나가겠다”며 “3월 27일 대의원대회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도노조의 숙명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막아라, 그러면 예 막겠습니다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단결’을 강조했다. “함께 갔다 함께 오자고 하면서 징계도 급여도 나누었다”면서 “누구는 23일 파업을 하고, 누구는 24시간 하고, 누구는 아예 못했지만 국민의 철도를 지키기 위해 지금은 단결할 때”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철도노조 해고자 130명은 평범한 가장이고 15년, 20년씩 철도에 청춘을 바치고 뼈를 묻은 노동자들”이라며 “관심과 성원을 갖고 함께 해주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