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인터뷰 |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인터랙티브 인터뷰 ‘34일만의 석방’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정말 힘들지만, 투쟁이 숙명이라면 철도노조는 다시 싸우겠습니다”

명환 위원장을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만의 인터뷰였다. 이를 드러내는 순박한 웃음과 시원시원한 말투는 그대로였다. 계절이 바뀌었지만 지난해 12월 삭발한 머리는 여전히 짧았다. 어차피 구치소에 최소 몇 달은 있을 것 같아 2주의 한 번 있는 미용시간을 이용해 머리를 다시 깎았다고 했다. 그만큼 뜻하지 않은 석방이었다.

철도노조와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해 파업으로 여러 가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23일간의 파업도 철도 사상 최장기였고, 지도부가 연행되지 않고 여야와 최종 합의를 이끌어낸 뒤 자진출두한 것도 처음이다. 국민들의 뜨거운 파업 지지 열기도 철도노조로서는 생소한 경험이다. 구속된 위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돼 투쟁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것도 역시 사상 초유. 지금 김 위원장 앞에는 격리된 수감 생활이 아니라 현장탄압 분쇄와 철도민영화 저지라는 막중한 투쟁과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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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도, 철도노조도 힘들지 않을까? 그는 웃으면서도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동지들과 여러 인사들이) 다들 반가워는 하시는데, 그 다음엔 ‘아 이거 어떡하지’ 이런 반응입니다”라며 웃었다. 철도민영화 저지 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노조와 관련해 “잘 버틸 것이다, 이렇게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 우리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바라는 모든 분들이 철도노조를 함께 지키는 것이 민영화를 막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34일만에 석방됐다. 안에 계시는 동안 불편했던 점은 없나?

저는 1994년에 철도와 지하철의 전지협 파업하면서 서른 살에 구속됐다. 그때는 한창 여름이이고 장마였다. 겨울에 감옥 가보신 분들이 그렇게 춥다고 하시던데, 이번에 들어가보니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가 반팔에 반바지 입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 새로 지은 건물에 온돌에 보일러까지 들어오니 추운 건 없었다. 물론 좁긴 좁다.
감옥에서도 철도 파업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방방마다 들었다. 잘했다고 하시더라.

아직도 제일 뉴스거리는 ‘수배 중일 때 어디계셨냐’인데요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전전날 저녁까지 모여 있었다. 정말 민주노총까지 들어올까? 최악의 상황까지 봤을 때 거기서 장렬하게 의연하게 ‘카메라발’ 잘 받자고 희생당하고, 그런 것 보다는 지휘부가 좀 더 안정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면 공간이 있다면 그런 시간과 공간을 벌어보자.

민주노총 침탈이 22일이었으니까 19일, 20일부터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종교시설이나 정당에 의탁하고, 지도부를 움직인다는 계획은 이미 있었다. 전날 ‘빠이빠이’ 하고 각자 주저함 없이 바로 빠져나갔다.

경찰에서도 제가 26일 민주노총에 나타나기까지 과정을 집중적으로 캐묻던데, 자신들의 작전이 옳았고 이걸 피해서 제가 숨었다고. 저희가 감출 의향은 없지만 그것을 증명해 낼 책임은 경찰에 있다. 지역에서 수배 중이던 사람도 다 민주노총에서 밖으로 나왔다.

다들 반가워하시죠?

네 반가워하시죠. 다음날이 선배님들, 지도자분들 원탁회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민노총 대의원대회가 있었다. 다들 반갑게 맞아는 주셨는데, 그 다음에는 ‘아 이거 어떡하지’ 이런 반응이다.(웃음)

지도부가 국민에게 지지받고, 또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경찰에 간 것에 대해 잘됐다 이런 평가 많더라.

철도노조의 특성이 막 다이나믹하지 않고 그냥 유순하다. 잡아가면 다 잡혀 들어가고, 신분증 꺼내라면 그냥 다 꺼내놓는다. 대신 저희 내에 조합원들이든 간부든 무엇을 정해놓으면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해 나간다.

그렇게까지 세게 칠 줄 몰랐으니까 되게 동요했고, (12월)22~23일 우리도 고비였다. 월급날 이니까 집에 계신 아주머니들이 흔들리니까. 그래서 길게 숨어있지 말고 2~3일 뒤에는 제가 되었든, 수석부위원장이 되었든 지도부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석이 조계사 들어가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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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철도 분할 민영화 강행에 김 위원장은 ‘깨알통치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와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모든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을 외치면, 유사업무 통폐합과 중복업무를 하나로 모으는 내용이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유사업무를 다 쪼개 경쟁이 안 되는 것을 경쟁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철도와 공기업 분할민영화의 핵심에 나카소네 총리 시절의 일본 국철노조 파괴와 같은 ‘노조 깨기’가 작동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연혜 사장에 대해서도 혹평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파업 직전에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나 하다못해 허준영 사장도 파업 전날 밤샘교섭하는 눈치라도 보였다”며 “노조와 합의한 것을 숙제 검사 맡듯 국토부에 들고 가서 아니라고 하면 교섭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해버렸다”고 질타했다.

국회에서 철도산업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고, 철도노조로서는 대승적으로 파업을 접고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로 사측 징계나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저희는 진화됐다고 생각하는데 사측은 과거 파업에 대한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있다. 현장투쟁이 벌어지면 직위해제를 남발한다. 어제도 1인 승무제 도입 반대와 화물차 정비작업 이관 반대에 10여명에 대해 직위해제가 떨어졌다. 요구를 들어 조율하려한 노력은 전혀 없다.

최연혜 사장의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나

가장 대표적인 게 이번 2.25 파업 직전 교섭에도 사장이 나오지 않았다. 이해 못하겠다. 어떻게 이런 공기업 사장이 있는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최소한 사장이 밤샘교섭하는 눈치까지는 보였다. 하다못해 허준영 사장도 파업 전날에 나왔다. 이제는 아예 안 나온다.

이 사람은 노사관계를 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또 경영자로서의 기본적 자세도 안 돼 있다. 최 사장에게 묻고 싶다. 노조를 인정을 하기는 하는 거냐. 저희는 공사 경영진을 인정한다. 그렇게 때문에 교섭에 나가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철도 전문가라는 사람이 안 나온다.

공공기관이 다 위쪽만 바라보며 하명을 기다리거나 잘 보이기 위해 ‘오버’하는 게 갈수록 가속화한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다음날 관련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심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통치’라는 이야기도 하던데. 최연혜 사장이 부사장일 때 이철 사장이었다. 당시 철도 경영진이 건교부를 설득하려 하다 청와대까지 쫓아갔다. 이런 노력을 이제 안한다. 노사관계도 숙제검사 맡듯이 하고, ‘야 이거 오답이야’ 그러면 교섭 없던 걸로 한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12월 28~30일에 있었다. 마지막 4차 상경투쟁을 하면서 우리는 극악한 현장 탄압에도 교섭하자했고 교섭했다. 물론 저들은 교섭 안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정치권이 합의서를 쓰는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지만 어쨌든 노조와 사측이 합의서에 사인하는 게 마무리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려 했다. 그런데 ‘아니야’ 하니까 교섭을 없던 것으로 하자고 한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한 차례도 교섭을 한 적이 없는 것이 됐다.

철도공사 측은 민영화 할 생각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이후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파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을 보면 대체로 전문가들이 민영화라고 보는 것들이 검토되거나 실행단계에 와 있다.

5일 저녁 JTBC에서 보도한 내용(국토부 철도공사 직원 중 1만여명 자회사로 파견 검토)이 국토부의 계획이라면, 저들이 주장한 수서KTX 분할 이것과 이어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이라는 것은, 민영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저희의 근로조건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지난번 파업은 위법 성립이 되지 않고 업무방해가 아닌 것이다.
제가 정비사고 정책실장이 기관사인데, 제가 여객차량 정비할 때도 있고 화물차량 정비할 때도 있다. 정책실장이 여객열차 운전할 때도 있고, 화물열차 운전할 때도 있다. 입사할 때 여객정비사, 화물정비사, 여객기관사, 화물기관사 이렇게 입사한 것이 아니다. 저들은 이걸 인위적으로 분류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화물 업무에 해당하는 3300명을 파견으로 해놓고 불법파견이 될 것 같으니 아예 돌아오지 못하게 정리해고 요건을 만드는 방안을 로펌에 자문을 구한 것이다. 이게 올해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2017년까지 다 합치면 1만2천명이다. 저희 조합원이 2만명인데 60%를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기업으로서도 최초이기는 하지만 쌍용차를 뛰어 넘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것이 과연 근로조건과 무관한 것이냐. 정부가 절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파업 중단) 한 달이 되기도 전에 공항철도를 민각에게 다시 매각하겠다고 했고, 이번 달 들어서는 화물을 개방을 한다. 이제 FTA협정에서 철도는 공기업으로 쓰지 않고 기업으로 쓰기로 했다.

자회사로 분리하면 효율이 높아지나?

과거 모든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을 외치면, 유사업무 통폐합과 중복업무를 하나로 모으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부도 그랬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유사업무를 다 쪼개 경쟁이 안 되는 것을 경쟁시킨다. 분할될수록 관리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독립된 예산 운영을 하면 비용 더 들어간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 철도를 모델케이스로 삼겠다고 하면서 다른 공기업을 다 쪼개겠다고 한다. 발전 다섯 개로 쪼개고, 송배전과 수력원자력 쪼갰다. 경쟁력이 발생했나? 못했다.

내부의 목소리가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조합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 영국식 분할민영화와 더불어 일본식 노조 깨기에 철도분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하나는 민영화, 사유화의 방향이고 또 한 측면에서는 일본의 국철을 나카소네가 깼듯이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들고 나오고 있다. 노동에 대한 무력화 정책에서 저들은 취약한 점을 건드리고 있다. 매년 10~20%씩 강제 순환을 하려한다. 단체협약 위반인데 고소고발해라, 나중 문제라는 거다. 아주 전형적인 조폭스타일 아닌가? 때려놓고 법원에 고소해라. 주먹이 먼저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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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온몸을 다해 투쟁하겠다는 약속을 올해도, 내년에도 지켜나가겠다”며 “3월 27일 대의원대회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도노조의 숙명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막아라, 그러면 예 막겠습니다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단결’을 강조했다. “함께 갔다 함께 오자고 하면서 징계도 급여도 나누었다”면서 “누구는 23일 파업을 하고, 누구는 24시간 하고, 누구는 아예 못했지만 국민의 철도를 지키기 위해 지금은 단결할 때”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철도노조 해고자 130명은 평범한 가장이고 15년, 20년씩 철도에 청춘을 바치고 뼈를 묻은 노동자들”이라며 “관심과 성원을 갖고 함께 해주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정부와 철도공사 측은 노조와 국민들 불안과 걱정에도 민영화 밀어붙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잘 버틸 것이다, 이렇게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을 막아내는 것 혼자 해낼 자신이 없다, 솔직히. 우리의 고용의 안전판을 위해 파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번에 보여줬다면, 이제 우리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바라는 모든 분들이 철도노조를 지키는 것이 어쨌든 민영화를 막는 길이다. 저는 요즘 단결을 강조한다.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누구는 23일 파업을 하고, 누구는 24시간 하고, 누구는 아예 못하고. 그런 분들까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부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철도를 지키기 위해 지금은 단결할 때다.

우리에게 투쟁이 주어질 수밖에 없을 거다. 철도는 본격적인 민영화 단계에 들어왔다고 본다. 수서KTX는 별도 법인이지만, 화물은 우리 내부를 쪼개서 민영화 하려는 것이다. 민영화해서 쪼개지는 단계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랬을 때 투쟁이 불가피하다. 지금 지도부가 두 번 감옥 가고, 세 번 파업하는 한이 있더라도 철도노조의 숙명일지 모르겠지만 막아라, 그러면 예 막겠습니다 하겠다. 3월 27일 정기대의원대회인데 지난해에 총파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하겠다고 결의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인 승무, 업무 통폐합, 강제순환 등이 3월, 4월, 5월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문제제기한 것이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안에 결과로 나온다. 특히 사고나 이런 걸로 나왔을 때 저희도 참담하다.

철도노조 투쟁 구호가 ‘함께 갔다 함께 오자’이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후 가장 잘 만든 구호라고 하던데, 요즘 어려운 곳이 많은데 이 구호 이야기 많이 하더라.

징계도 함께 나누었다. 일하시는 동지들이 기본급의 60%를 세 달 동안 파업 나가서 무노동 무임금 적용받은 동지들과 나눴다. 그런데 이걸 하려면 모두가 다해야한다. 그런데 투쟁력의 편차가 있다. 과거에는 이런 편차가 단결을 방해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듬어주고 같이 하자는 마음이 있다면 덜 힘들 것이다. 그렇게 철도노조가 버티는 동안 좀 상황이 좋아지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웃음)

예전 파업과 비교해보면 이번 지도부는 ‘투쟁복’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파업하면 지도부는 금방 구속되고 끝났는데

이걸 복이 많다고 해야 되나.(웃음) 지난번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6일짜리 프로그램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언제가 제일 기뻤냐고 했을 때, 6일의 마지막 날인 14일에 전국상경투쟁을 하면서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제 친구, 동기들 40대 중후반 노동자들의 형형한 눈빛을 보았을 때 끝이 아니고 더 갈수 있겠다 싶고 포옹하고 손잡으면서 제일 좋았다.
지부장들에게 더 갈수 있겠나 물으면 갈 수 있습니다 하고 약속을 지켰다. 나에게 이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버텨줄 수 있겠습니까 라고 했을 때 버틸 수 있다고 약속하고 버텨준 지부장들, 그래서 저는 행복한 위원장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복이었던 것 같다.

독자와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해고된 철도 기관사, 정비사 이런 분들은 평범한 가장들이다. 지부장들도 그렇고. 그런 가장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15년~20년이다. 청춘을 다해서 철도에 뼈를 묻은 사람들이다. 20대나 30대에 들어와서 40, 50대 가장이 된 분들이 130명이다. 해고된 분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해고기간이 좀 더 길어지더라도 민영화는 악이라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온몸을 다해 투쟁하겠다는 약속을 올해도, 내년에도 지켜나가겠다. 국민 여러분이 관심과 성원을 갖고 함께 해주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