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창 봄햇볕이 내리쬐던 오후 2시 30분 평화롭던 광화문 광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혈기왕성한 대학생 8명이 일사분란하게 뛰기 시작했고, 세종대왕 동상 옆에 사다리를 대고 올라갔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안을 수용하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며 유인물을 뿌렸다. 경찰의 빠른 진압에 사태는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마무리됐지만, 그들의 행동은 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히 인상적이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성명서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들은 연행될 때도 무기력하지 않았다. 경찰 버스에 오르기까지도 그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경찰에 끌려가며 그들이 흘린 분노의 눈물은 아마도 세월호 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그리고 또다른 피해자인 국민들을 대변한 것이 아닐까.
당시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 성명서를 낭독했던 감리교신학대학교 2학년 이종건(22)씨는 32시간여 경찰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 13일 이씨는 ‘민중의소리’와 만나 그 당시 세종대왕 동상을 점거하게 된 경위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생각, 또 그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에 대한 생각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세종대왕 동상 점거 행위가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의 전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같이 청와대로 가자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며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아파하는 모든 분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이 문제를 계속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점거 대상을 세종대왕 동상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백성이 나를 욕하는 건 정당한 일이고, 정당하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을 야기한 건 임금 탓이다'라는 세종대왕의 말이 자신들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대통령 임기 동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뿐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고 당선됐다면 분명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며 "어른들이 책임지는 문제의 첫단추가 박 대통령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생명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를 완전히 자본화시키는 과정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정부가 박근혜 정부"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정부가 내걸었던 '안전'은 결국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민을 우롱한 것이고, '규제완화'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본질을 바꾸는 것보다 더 쉬운 건 퇴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동상에 왜 올라갔냐'고 묻는 목소리들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가족들이 끝내 가지 못하고 돌아온 청와대로 가자고 계속 주장하는 것이다. 세월호 관련 각종 집회에 주체적으로 깃발 들고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