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인터뷰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인터랙티브 인터뷰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구조작업 잘못한 세력,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4일 밤 다시 다이빙벨 등 수중구조 장비를 배에 실고 진도로 떠났다. 25일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조류가 약한 ‘조금’ 때라며 사력을 다하겠다던 해경과 민간구조업체 ‘언딘’의 구조활동은 지지부진했다. 분통이 터진 실종자 가족들은 이종인 대표 등 민간잠수부들의 투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이빙벨’을 구조작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이 대표는 구조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사비 1억5천만원을 털어 21일 새벽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으나, 정부 당국의 반대로 물속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돌렸었다. 기존 구조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해경은 이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을 불허했었다. 그러나 당국은 유족들의 항의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고, 해양경찰청장이 24일 저녁 직접 이종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활동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표가 다시 진도로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 인천 중구 항동 ‘알파잠수기술공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정부 당국이 그에게 구조활동 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이뤄졌다. 우왕좌왕하면서 초기에 중요한 시간을 허비한 정부의 구조활동을 그는 주저없이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현재 구조를 책임지고 있는 세력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스크롤하세요
수중 구조활동과 관련없는 함정, 헬기 타령을 이틀이나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가 아니고, 조류가 세고 시야가 어떻고...그게 마음 아파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할 소리냐
21일 장비를 챙겨 진도로 내려갔었다. 어떤 마음으로 길을 나섰나.

구조작업이 잘 못 되고 있었고, 정부에 의견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빙벨이 들어가면 물 속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고, 잠수사들의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언론 인터뷰를 했고 정부에서 채택을 해줬으면 했는데 답이 없었다. 언론 인터뷰를 보고 네티즌들이 우리가 모금을 해서 돕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일이백만원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19일 밤 집사람에게 ‘여보 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집사람이 ‘얼마나 드는데’라고 묻길래, ‘한 1억5천쯤’이라고 답했다. 쉽게 얘기할 금액은 아닌데, 집사람이 돈은 자기가 마련할테니 가서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날 관계당국에 전화를 했는데, 오시는 거를 누가 말리냐, 말리는 사람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이빙벨, CCTV카메라, 발전기, 콤프레샤, 통신장비, 촬영장비 등을 챙겼다. 또 사이드스캔소나라고 조류가 세고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실종된 유기체의 형상이 나오는 장비가 있는데, 그걸 챙겼다. 카메라와 라이트를 달고 배 주변을 수색할 수 있는 스쿠터도 챙겼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내려가니 얘기가 달라졌다. 몸만 오라고 했지 언제 그런 장비를 가져오라고 했냐고 하더라. 그러다가 겨우 팽목항에서 침몰 현장으로 출항을 하긴 했는데, 구조현장 책임자인 해군 대령이 나를 오라고 한 적 없다는 거야. 결국 우리가 작업을 하면 기존 작업에 방해를 받는다면서 허가를 안 해줬다. 국자 얘기가 생각났다. 사람들 입에 빨리 국을 넣어줘야 하는데, 먼저 하고 있던 사람들은 티스푼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큰 국자를 가져왔다. 사용료도 안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티스푼 갖고 일을 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하던 일에 방해가 된다고 국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저한테 그걸 밀고 들어가서 하시지 그랬어요라고 하는데, 해경이 현장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결국 철수했다.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을 투입하면 기존 구조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핑계인 건가.

구실이다. 내가 이 분야에 경험이 있다보니 내 의견과 판단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해경 견제자로서 ‘보고 있는 눈이 있다’고 주지시키는 역할을 좀 하게 됐다. 그러니 기분이 좀 안 좋았겠지. 그러나 그걸 기분 나빠하면 안 된다.

현장에 내려가서 구조활동을 직접 보니 어땠나.

바람이 안 불고 파도가 안 세고 자연조건이 가능할 때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리스크 없는 구조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실종자들은 뒤집힌 배에 갇혀 있다.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을 구조하려면 잠수사들은 그 답답함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구조 여건이다. 주변에 배가 100여척이 떠 있고, 헬기가 하늘을 뒤덮고 조명탄을 하루에 1천발을 쏘고. 그게 잠수사들이 실종자가 처해 있는 답답한 환경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조명탄은 왜 쏘는 거냐. 잠수사 600명이 40개조로 나뉘어서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는데, 조류가 세고, 시야가 어떻고,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그게 정부가 할 소리냐. 이번 사고는 국민 모두 슬퍼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실질적 구조활동과는 관계도 없는 함정이 몇 척이니 헬기가 몇 대가 투입됐니 이런 타령을 이틀씩이나 했다. 그래서 지금 구조세력은 이 상황과 맞지 않으니 빠지고 민간세력을 넣으라고 얘기했다. 해경, 정부 관계자들 월급주는 사람들은 국민들이다. 그런데 국민을 뭘로 보는 거냐. 국민을 속이려고만 한다. 그래서 나쁘다는 거다. 개가 주인을 속이고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구조작업 방향 잘못됐었다. 이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진 초기부터 계속 우왕좌왕했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배 안에 갇힌 실종자들을 구해내기 위한 실질적인 구조 활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흘이나 지난 20일 새벽에서야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는 600명 가량의 잠수사와 헬기, 경비정 등의 장비를 대거 투입해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배를 타고 직접 나가서 본 구조현장은 정부 발표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조금 마지막 때라 정부가 구조작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언론보도가 나온 24일 오전, 현장에 직접 나간 실종자 가족들은 “겨우 잠수사 2명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해경이 추켜세운 민간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는 당초 알려진 것과 같이 정부와 계약한 것이 아닌, 이번 사건의 피의자겪인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업체라고 정부는 밝혔다.

지금 구조 활동을 벌이는 세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배가 침몰해서 뒤집혀 졌으니 그 안은 폐쇄된 공간이다. 지금 구조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서 최상의 구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아니다. 민간 잠수부들은 일정 기간 군복무를 하며 잠수를 하고 제대 후 직업적으로 잠수를 하는 사람들이다. 해경이 조개나 캐는 수준의 잠수부라고 비하했는데, 조개는 먹고 살기 위해 캐는 거다. 바다속에서 조개를 캐고 살아남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수구조단은 어떤 사람들이냐. 대테러 시험을 보고, 체력과 이론 테스트를 하고,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다. 수중 구조 작업에서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되냐. 지금 구조 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은 머구리를 쓰고 바다 밑바닥까지 들어가 조개를 캐는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잠수부들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민간잠수부가 아니라, 직업잠수부를 투입했어야 한다. 조개를 열심히 캐서 돈을 벌어서 정부 사람들 월급을 주는 국민의 한 사람인 직업 잠수부를 넣었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다가 비판이 일어나니까 정부에서 슬쩍 민간업자와 계약해서 하고 있다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검증이 안 된 데를 써서 결과가 없지 않냐.

구조현장에 민간 잠수사들도 많이 가 있다. 이들은 해경과 협력이 전혀 안 되고 실제 바다에 들어갈 수도 없다면서 일부는 철수하기도 했다.

군 출신으로 왕년에 다이빙을 했고 취미로 잠수를 해 와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민간인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할 수 있는 퀄리티가 있는지는 모른다. 생업은 달리 하면서 잠수를 할 줄 아는 사람들과 직업적으로 잠수를 하는 사람들은 구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국 해경에서는 분류작업을 했을 거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구조현장을 돋대기 시장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통제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난구조대나 UDT는 훈련 받은 사람들 아닌가.

10명이든 20명이든 투입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바다로 뛰어 내려서 선체를 잡고 갔을 거다. 문을 열려고 했을 거다. 그게 여의치 않았을 거다. 유리창도 막 깨는 게 아니다. 안에 실종자는 부유체가 되는데 유리창을 다 깨면 만약 밤에 철수해서 경비세력이 없을 때, 또는 조류가 흐르는 쪽으로 경비선이 없을 때 실종자가 그리로 떠내려 갈 수 있다. 유리창을 깨면 부유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망을 설치해야 한다. 이런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고 일을 진행하는 사령탑이 없었다. 사령탑은 해경을 지휘하는 게 아니고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거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거 아니냐. 해경은 해경대로 일을 하는 거다. 만약 생존자를 모시고 나왔다고 치자. 생존자는 누가 옮기냐. 기동력을 갖고 있는 해양경찰이 해야 할 일이다. 방향이 잘 못 됐던 구조작업에 대해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티스푼과 국자를 쓰는 것의 차이다. 다이빙벨 여러 차례 투입했었다

정부는 매번 조류가 세고 시야 확보가 안 돼 구조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인 대표는 핑계일 뿐이라며 지난 18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을 투입하면 유속에 관계없이 20시간 연속 작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왜 현장에 다이빙벨을 투입하지 않냐는 의견이 빗발쳤다.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을 돌려보낸 정부는 그 뒤 몰래 한 대학에서 다이빙벨을 빌려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경은 “구조활동을 맡고 있는 민간업체(언딘)에서 빌려온 것으로 투입 계획은 없다”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다이빙벨을 투입하면 어떤 식으로 구조가 이뤄지나.

티스푼을 쓰는 것과 국자를 쓰는 것의 차이다. 로프를 배까지 연결해서 다이빙벨을 최대한 배에 붙인다. 잠수사가 다이빙벨을 타고 함께 내려간다. 벨 무게가 3톤이고, 2톤짜리 추를 단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내려가는 동안 잠수사가 조류를 못 느낀다. 벨을 타고 배까지 근접해서 거기서부터 로프를 풀면서 배 안을 구역을 나눠 수색을 해 나간다. 장점은 작업자들과 물 위에서 통신이 가능하다. 만약 생존자를 발견하면 가져간 산소통으로 생존자에게 공기를 공급한다. 생존자를 발견하면 그 사람이 그 깊이에 몇 시간 있었는지 계산을 해서 천천히 감압을 하면서 올라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잠수병에 걸려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다이빙벨을 이용해 감압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팀을 교대하면서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다.

다이빙벨을 현장에 투입해 사용한 적이 있나.

2000년도에 풍랑으로 전복된 화물운반선을 조사하기 위해 제작해서 처음 썼다. 화물운반선에 클로로포름이라는 화학물질이 적재돼 있었다. 다이빙벨을 타고 내려가 수심 84미터 지점에서 조사작업을 3주 정도 했었다. 그후 유조선이 폭발해 가라앉은 사건이 있었는데 배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실종자 수색하는데 사용했다. 해운대에서 수심 100미터 지점에 해저 케이블을 까는 장비가 끊어진 적이 있는데 그걸 인양하는데도 다이빙벨을 썼다.

전복된 배에서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과거 해양경찰 요구로 에어포켓에서 사람을 구조해서 데리고 나와서 살린 적이 있다.

이 대표가 현장에서 철수한 후, 해경에서는 한 대학에서 다이빙벨을 몰래 빌렸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거 현장에서는 못 쓴다. 벨이라기 보다는 작업대 수준이다.

그는 24일 밤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다시 진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