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인터뷰 | 미셀 초서도브스키

“미 국방성의 이해관계를 뒷받침하는 한국의 납세자들”

인터랙티브 인터뷰 - 미셀 초서도브스키 교수

홍민철 기자 최종편집 : 2014.10.21

미셸 초서도브스키(73) 교수는 강정마을 앞바다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는 거대한 포크레인이 굉음과 함께 먼지를 날리며 바위를 부수고 있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그들은 속았다. 제주도민은 땅을 빼앗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허리를 삐끗했다는 그의 발걸음은 느릿하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말은 빠르고 명쾌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제주도는 거대한 군사기지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지 주변에서 벌어질 여러 행위는 결국 제주도 전체를 파괴할 것이 분명하다(it destroys the whole island)”

‘빈곤의 세계화’의 저자 미셸 초서도브스키(73)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경제학)와의 인터뷰는 지난 9일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진행됐다. 그는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공사 강행에 반대하는 주민과 천주교 신자들의 미사를 지켜봤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 한국군을 활용할 것이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민들은 물론 한국 국민들에게 뜻하지 않은 매우 심각한(extremely high)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이른바 ‘방위 협력’을 위한 협정(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면서 “만약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결정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과 자신의 명령 아래 있는 한국군을 활용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협정을 통해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보다 더 지배적인 힘을 군 지휘에서 행사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대통령은 결국 군사적 위계에서는 2인자에 지나지 않으며, 미 국방성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는 3성 장군은 순전히 미국의 관할인 3만5천명의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 아래에서는 한국군 전체에 대한 명령권도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미국이 취하고 있는 아시아전략에 한국이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일제시대부터 미국과 일본은 제주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왔으며 제주해군기지는 중국을 견제할 중요한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 기지는 세계적 전쟁의 시각에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제주도는 일본, 한국, 중국 본토의 십자로 위에 위치한다. 한미일의 군사 동맹은 이 군사적 의제의 초석이며, 이 기지는 그 동맹위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미 태평양 사령부는 중국에 대한 해상 공격에는 적절치 않다”며 “지금 제주 강정 해군기지는 한국의 해군이 사용할 예정이지만 미 해군과 공군은 이 기지를 자신들의 세계적 군사 패권을 위한 중간 기착지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는 한국정부에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한국이 그 대부분의 건설비용을 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 국방성의 이해관계를 뒷받침하는 건 한국의 납세자들”이라며 “미국으로서는 군비를 확충하는 것도 반갑지만, 자신의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아시아에서의 동맹국들에게 그 짐을 떠넘겼다는 점에서도 아주 좋은 결과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석기 의원은 반미정치인이기 때문에 체포당한 것”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둘러싼 내란음모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의원이 체포된 것은 그의 반미정치인이라는 위상 탓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리고 법리적으로도 그의 체포와 구금은 불법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선동 유죄 선고에 결정적 증거로 제출됐던 5·12 강연 내용을 언급하며 “이 담화에서 이 의원은 자신을 반미적 정치인이라고 소개했고, 또 미국이 한국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3만5천명의 주한미군의 그 배경이다. 미국은 제주를 포함해 한국군을 통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의원의 담화나 주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 아니냐를 포함한 중요한 정치 논쟁의 요소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의원과의 대화에서는 나는 이 의원이 실제적으로는 정부 수반의 권한을 강화하려 했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한국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정부 수반으로서 그리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이 미국과의 조약을 통해 훼손당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2인자가 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석기 의원 구속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등을 들며 “박 대통령이 미국의 의회를 찾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의원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매일같이 공격적인 말을 퍼붓는다”면서 “그런 말들에는 ‘내란음모적’이거나 ‘선동적’인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이런 경우를 미국에 적용한다면, 그러니까 이 의원과 비슷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체포한다면, 나라의 절반은 감옥에 가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는 주변부 정당(소수 정당)을 존중하는 많은 나라들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면서 “통합진보당과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미국에도 공산당들이 있다. 그것도 대여섯개가 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그 정당을 신뢰하느냐 아니냐와는 무관하다. 미국의 어떤 사람도 이 정당들을 없애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내가 생각하기엔, 사회적 민주주의의 표현”이라며 “사회적 정의, 소득의 재분배, 그리고 대기업과 대자본에 대한 통제가 그 내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들은 정치적 토론과 논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명제”라며 “그들이 정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단지 그 이유로 야당에게 직접적으로 복수를 하려는 계획은 매우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군다나 집권당이 현재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데 뭘 그리 걱정하는가? 통합진보당의 문제? 그게 과연 뭔가?”라고 반문했다.

미셀 초서도브스키 교수 약력

미셸 초서도브스키(Michel Chossudovsky.73) 교수는 캐나다 오타와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제학 및 국제발전론을 강의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세계화연구센터(CRG) 설립자이자 소장이기도 하다.

‘빈곤의 세계화(The Globalization of Poverty and The New World Order. 2003)’,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America’s “War on Terrorism”. 2005), ‘전쟁과 세계화(War and globalization. 2002)’ 등의 저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렬히 비판하는 경제학자로 명망을 얻고 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유럽의 연구기관들에서도 강의하고, 제3세계 정부의 경제자문 및 국제기구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