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100일간의 기록

잊혀지지 않을 항구, 팽목항

4월 16일부터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 날부터 팽목항은 기다림의 장소입니다. 그 날 오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발을 구르고 목메어 외쳐보기도 하고 눈물로 기도했지만, 살아돌아온 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0명이 저 바다에 있습니다. 가족들도 국민들도 잊지 말아야 할 곳, 팽목항입니다. 100일동안 팽목항의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날짜별로 사진 슬라이드 혹은 동영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진슬라이드는 옆으로 넘기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4월 16일 가족들이 팽목항으로 갔습니다.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제발 살아만 있어주길"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던 18일, 팽목항은 가족들의 외침으로 가득찼습니다. 제발 살아있어주길... 수색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인지, 가족들은 답답함을 하소연 할 곳도 없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제발 살아있어 달라는 말, 구조작업을 최우선으로 해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첫 운구가 들어오자 가족들의 오열이 터졌습니다. 제발 내 아이가 아니길,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 팽목항은 슬픔과 간절함이 뒤엉켰습니다.

4월 19일, 국민의 눈과 귀가 팽목항으로 쏠렸습니다. 희망을 놓지 않은 가족들의 간절함이 커져갔습니다. 아직은, 아직은 희망을 놓지 말자는 외침이 커져갔습니다. 벽마다 희망을 담은 메시지가 붙었습니다. 수색이 진행되면서 팽목항에 운구가 계속 들어왔습니다. 사망자 확인을 위한 가족 DNA 수집센터가 설치됐습니다. 사망자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부모님들은 오열했습니다. 기자들도 울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눈물과 통곡으로 정부에 요청합니다. 제발 수색작업을 최우선으로 해 달라고.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부모님들은 절실했습니다.

4월 20일 팽목항은 너무 슬펐습니다. 운구가 끝없이 들어왔습니다. 배가 들어오거나 인상착의가 발표되면 가족들은 심장부터 내려앉았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엉켜가는 팽목항.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기념촬영' 논란은 가족들의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진도로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습니다.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모두 노력했습니다. 사고 5일째, 가족들은 팽목항에 앉으면 눈물부터 흐릅니다. 쉬지 않고 아이들 이름을 불렀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사망자 명단은 계속 늘었고 팽목항은 슬픔의 항구가 되어갔습니다.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팽목항에는 노란리본이 가득했습니다. 희망을 담은 메시지, 가족들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 가족들을 위한 메시지가 오갔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부터 구하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불신과 원망이 쌓여갔습니다. 아버지들은 끊었던 담배를 물었습니다.

'무사귀환' 팽목항은 기도의 장소입니다. 종교인들도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제발 돌아와줘 얘들아. 수색은 밤까지 계속됐습니다. 저 불빛에 희망이 있는 것일까.

4월 26일 경찰이 진도VTS를 압수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무엇보다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습니다. 언딘 논란이 커져갔고 수색작업을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외되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분노했습니다. 가족들은 마냥 눈물만 흐릅니다. 가족 앞에 서 있는 경찰관들의 눈에도 눈물이 비칩니다.

4월 27일 설상가상 비가 내립니다.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경찰들은 혹여 시신이 떠내려올 수 있어 바다를 지켜봅니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던 아버지는 발길을 돌립니다. 내일은 비가 그쳐야 할 텐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팽목항.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노란리본이 처량하게 나부낍니다.

4월 28일, 비바람이 거셉니다. 아버지는 타들어가는 마음에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자기가 울면 가족들이 무너질까 아버지는 마음놓고 울지도 못합니다. 담배를 입에서 떼지 못합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아버지. 제발 돌아와줘 얘야.

가족들은 아침이 되면 팽목항으로 나옵니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은 떠나고 실종자 가족들은 남았습니다. 2주째 함께 지내는 가족들은 이제 얼굴만 봐도 누군지 압니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아이. 시신이라도 찾기를 바랍니다. 4월 29일, 전날까지 내린 비로 수색범위는 넓어집니다. 시신이 떠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헬기와 어선까지 나서 실종자들을 찾습니다.

나비가 되어 온 것일까. 노란리본에 나비가 앉았습니다. 진도에 오랜만에 볕이 났습니다. 바다가 훤히 보입니다. 오히려 가족들의 마음엔 그늘이 짙게 깔립니다. 아이가 좋아했던 음식을 항구에 차려놓습니다. 짙은 석양과 함께 4월이 갔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5월 첫 날, 장례를 치른 희생자 가족들이 아직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더딘 수색작업에 강하게 항의하는 부모님들, 팽목항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릅니다. 3일에는 문재인 의원이, 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팽목항에 풍등이 올랐습니다. 5월 4일부터 7일까지 실종자 가족들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팽목항으로 왔습니다. 안산지역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방문했고, 희생자 가족들과 불자들이 방문해 풍등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저 새처럼 창공을 나르며 우리를 내려다 보는 것일까. 팽목항에선 모든 것들이 아이들로 보입니다.

참사 50일,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사람들이 팽목항을 찾습니다. 서울과 안산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 간간히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남은 가족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탔습니다.

7월 24일은 참사 100일입니다. 99일째 많은 사람들이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어쩌면 7월 24일은 애타는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려온 100일 중 하루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수색은 계속됩니다. 10명의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말입니다.

팽목항은 오늘도 해가 뜨고 집니다. 기다림의 팽목항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기다림이 계속되는 한 <민중의소리>도 잊지 않고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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