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 해경과 청와대, 정부 각 부처의 대응은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그 실랄한 모습이 사고 당시 해경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해경과 청와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의 통화내용을 정리해 보도합니다. 제목을 누르면, 기사와 함께 각 통화내용이 들어있는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해양경찰청의 '370명 구조'라는 보고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가 끝났다며 '대통령 보고'만 걱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2일 새벽 입수해 공개한 사고 당일의 '청와대-해양경찰청 핫라인'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은 4월 16일 오후 1시 4분 청와대(BH)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 370명이랍니다"라고 보고한다.
그러나 해경 측은 1시간 20분 뒤인 오후 2시 24분에 "(상황)실장님 통화 중이고 166명 말씀드리라고 합니다"라고 생존자 수를 정정한다.
이에 청와대 측은 "어이구, 큰일났네!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세요, 몇 명"이라고 되묻고, 해경 측은 "166명입니다"라고 재차 생존자 수를 확인한다.
그러자 청와대 측은 "166명 구조 2명 사망. 그러면은 202명이 사라진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며 "166명이라고요. 큰일났네. 이거 VIP(대통령)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고 걱정하는 반응을 보인다.
4월 16일과 17일 세월호 실종자 구조에 가장 중요했던 시간에 해경 수뇌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조를 위해 매진하기 보다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면피를 하기 위해 쇼를 하는 방안을 상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월 16일~17일 골든타임 해경 청장-차장 화상회의
해경 해군 잠수요원 유속 탓 하며 무기력 대응
실종자 가족 항의에 곤란해진 해경 수뇌부
최상환 해경 차장 "일단 뚫는 흉내라도 내고" 주문
국회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공개한 '해양경찰청 화상회의 녹취 주요내용'에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4월 17일 오후 12시01분의 녹취 내용을 보면, 최상환 해양경창청 차장은 유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를 주문한다. 당시는 세월호가 선수만 남기고 바다 속에 잠긴 상황으로, 실종자 가족들은 잠수를 통한 구조활동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때다.
그러나 해군과 해경의 잠수 요원들은 사고해역인 맹골수도의 빠른 유속 등을 이유로 잠수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입수 시도를 했으나 잠수 수색은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녹취록을 보면, 최상환 차장은 "정조 때 한 4명, 아님 2명 이래 해가 자기들이 볼때는 아 장난하는 거 같다 이거야. 실제 들어가봤자 15분 거리 가봤자 얼마나 가겠느냐. 쇼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 차장은 흉내라도 내 보라고 주문한다.
"해군하고 용접기로 구멍이라도 뚫어가...어쨌든 그리해 보고 한 번 해 보고...(중략)...일단 뚫는 흉내라도 내고 이런 것까지 **해봤다는 것이 나을 거 같단 내 생각이고..."
당시 수면 위에 드러나 있던 선수 바닥 부분에 용접으로 구멍이라도 뚫는 흉내라도 내 보라는 것이었다.
최 차장은 "해군 같은데는 좋은 자료 있다 하는데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는가"라고 물었다. 진도 팽목항의 경비국장이 "현재로선 해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최 차장은 "일단은 유족들한테 뭐라도 보여야 되는데 참 어렵네"라고 말했다.
17일 정오에는 잠수요원들 잠수 옷 입힌 채 데리고 와서
해 보니까 어렵다는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
청와대-해경청 핫라인 녹취록에서는
해경청 "유족들이 하도 성화를 해서 한 번 시도"
17일 오후 12시 28분에 진행된 화상회의 녹취록을 보면, 최 차장은 잠수 요원들의 옷을 그대로 입힌 채로 데리고 와서 현장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실종가 가족들에게) 해 주는 게 어떻겠냐고 주문하기도 한다.
"오전에 (물에) 들어갔던 팀이나 남는 요원 있으면 헬기면 헬기 이런 걸 타고 나가 실제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 이렇게 할 계획이고 해보니까 어럽더라 라는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네. 어 그래 한 번 그거를 알아봅시다. 어어, 해서 한 번 설명할 수 있도록 헬기를 타고 나오던지 해가지고 옷 그대로 입은 채로..."
해경의 구조활동에 대한 안일한 자세는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핫라인 주요내용 녹취록에도 드러나 있다. 4월 17일 오전 1시 11분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의 대화 내용을 보면, 청와대가 해경이 보고한 잠수작업 시간 보고에 차이가 있다고 묻자, 해양경찰청은 "예 지금 유족들이 하도 성화를 하기 때문에 저희가 정조 전에 한 번 시도를 하려고 있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사고 초기 실종자와 구조자 숫자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정부와 해경은 실종자의 생사가 달려있는 중요한 시간에 구조활동도 포기한 듯 한 태도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자 이를 피하기 위해 해경 수뇌부가 쇼를 주문하기까지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오전 해양경찰이 현장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청에는 “전원 구조가 가능하다”며 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김현미,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해양경찰청 상황실 전화통화 음성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청 상황실 서모 경사는 4월16일 오전 9시39분 경찰청 위기관리실과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전원 구조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서 경사는 “육경에서 도와줄 게 없냐”는 질문에는 “우리 해경과 해군이 다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9시39분 해경청 상황실과 경찰청 간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찰청:현재 침몰된 상황이 급박한 겁니까?
해경청 상황실:현재 지키고 있으니까, 가능합니다.
경찰청:구조가 전부다 가능하다***?
상황실:예
경찰청:구조가 전부다 가능하고
상황실:예, 전부 가능합니다.
경찰청:육경에서 도와드릴 거 없습니까?
상황실:우리가 다 했으니까. 우리 해경하고 해군하고 다 하고 있으니까 ****
하지만 해경이 경찰청에 전원 구조가 가능하다고 보고한 것과 달리 당시는 이미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해당 통화가 있기 1분 전인 오전 9시 38분 선장과 선원들은 탈출했고, 15분 뒤인 9시 54분에는 좌현이 완전히 침수했다.
그럼에도 당시 해경은 '전원구조가 가능하다'며 육경의 지원이 필요치 않다고 답했다.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구조자와 실종자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혼란스런 상황에서 안전행정부는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단원고 학생들의 여행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중심으로 신속하게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 활동에 전념해야 하는 때에 급하지도 않은 보험 관계 여부 파악에 나선 것이다. 과연 정부가 사고 초기 실종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다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김현미 의원 등이 2일 공개한 해양경찰청 상황실 녹취록을 보면,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인 16일 오전 11시 경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전화를 건다.
안행부 관계자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여기 안행부 중대본 상황실인데요"라고 소속을 밝힌 후, "죄송하지만 애들 여행자보험이라든지 보험관계는 좀 알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이에 해경 본청 상황실 관계자는 "아직 그거까지는 알 수 없잖아요"라고 귀찮다는 듯이 답한다. 그러자 안행부 관계자는 "아직요? 알겠습니다. (단원)고등학교하고 연락이 안 돼서, 알겠습니다"라며 무안한 듯 전화를 끊었다.
4월 16일 당시 정오가 지나면서 언론에서는 세월호 선박 보험 가입 여부와 단원고 학생들 여행자보험 가입 여부를 알리는 보도가 나왔는데,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가 수백 명 발생한 상황에서 보상금과 관련 있는 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 비판을 산 바 있다.
또 안전행정부는 4월 20일 진도 팽목항을 찾은 송모 국장이 슬픔에 잠긴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하지 않고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찍자고 제안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송 국장은 결국 직위 해제 뒤 해임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밤과 이튿날 새벽 해군 해난구조대가 수색작업을 벌였다는 해양경찰청 발표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일 공개한 청와대-해양경찰청 상황실 핫라인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청 상황실은 17일 새벽 청와대에 해난구조대가 수색작업에 어려움이 있어 철수했다고 보고했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해경청 상황실장은 이날 새벽 1시38분 청와대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해군이 18분에 철수했다고 3009함에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해난구조대가 철수했다는 말에 청와대 관계자는 “해경 보고가 다 됐고, 언론도 지금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는 해경 측 발표 내용과 실제 상황이 다르다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경청 상황실장이 이어 “이게 정조 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입수를 하더라도” 등의 말로 수색작업을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들어갔다는 나와야 한다”며 수색작업을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고, 해경청 상황실장은 “현장에서는 세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해당 시간대 이뤄진 청와대 관계자-해경청 상황실장 간 통화 내용이다.
BH:실장님, 해군은 아예 철수한 거지요?
해경청:예, 18분에 철수했다고 지금 3009함에서 보고받았습니다.
BH:해경이 지금 다 보고가 됐고, 언론도 지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해경청:이게 정조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BH:좀 하여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해경청:예, 저희도 해가지고...구조대들도 자기 그거 내놓고 지금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BH:예, 한번 입수는 하더라도...
해경청:실제적으로 한 1노트 이상 넘어가버리면 다이버가 솔직히 하기가 힘듭니다.
BH:들어갔다는 나와야 되는데 너무 위험하게는 접근은 하지 말아야 되는데 일단은...
해경청:상황이 상황인 만큼 해가지고 좀 무리를 하더라도 지금 하려고 하고 있는데...
BH:그게 보고가 되더라도 시도는 했다...
해경청:지금 하고는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세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4월 17일 해경은 “해경 특공대와 해군 잠수부가 새벽 정조시간에 맞춰 밤샘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즉시 구조가 가능한 119 수난구조대원들을 태운 헬기 2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해양경찰청 측의 부실한 대응으로 마냥 대기 상태에 머물렀던 것이 해경 상황실 녹취록에 의해 드러났다.
특히 비슷한 시각 항공 통제를 담당하는 서해해양지방경찰청의 담당자가 '의전' 수행을 위해 자리를 비운 정황도 드러나면서 '의전'을 챙기다 '구조'를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사고 당일의 해경 상황실 녹취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월 16일 오후 12시 50분 소방방재청 소속 119 중앙상황실은 대기 중인 헬기를 빠르게 투입하기 위해 해경 본청 상황실로 연락을 취한다.
중앙119=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가 도착을 했는데요, 헬기에 다 수난구조대원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현재 침몰한 배에 요구조자가 있는지, 저희들은 바로 투입을 해서 구조가 가능한 대원들이거든요.
119 중앙상황실은 해경 측에 "저희들 헬기가 이미 도착해 있는데 아직도 별도의 지시를 못 받은 모양"이라며 "요구조자가 몇 명이나 있나?", "어느 분하고 통화를 하고 지원을 해드리면 되나?"라고 거듭 묻는다.
그러나 해경 측은 "잠깐만요", "우리도 아직 준비 중인 것 같다", "일단 들어가 봐야지 알겠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뭐 그렇게…"라고 응답하며 119 측의 문의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해경 측은 적어도 2번 이상 전화를 돌렸고 119 측은 같은 질문을 3번 반복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해경 측 항공담당이 '의전'을 위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 우원식 의원의 주장이다. 이 같은 정황은 앞선 상황에서 약 1시간 뒤인 오후 2시 5분께 해경 상황실과 항공대원 사이의 유선통화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상황실=네. 비행기를 띄우면 뭐해. 통제가 안 되고.
항공대=어. 지금 현상은 일단 항공기가 할 수 있는 임무는 지금 현재는 없는 것 같고.
…(중략)…
상황실=네. 항공담당이 해야 되는데 항공담당이 배에 가있답(니다)…예, 배에 들어가 있다며?
항공대=어, (목포해경 소속)3009에.
상황실=예. 그니까 왜 거기 들어가 있는지 몰라. 상황대책본부에 있어야지, 서해청에.
항공대=지방청장님이 가시니까 같이 가신 것 같아.
상황실=하,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럼 계속 따라다녀야 된다는 말이야? 항공기 통제해야 되는 사람이 지금.
앞서 해경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의전을 위해 구조 헬기를 사용한 것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청와대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에 ‘VIP(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달라며 한 시간 가량 재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해경경찰청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여야 위원들에게 제출한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과 해경 상황실 간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해경과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9시 20분부터 통화부터 영상을 요구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20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해양경찰청 상황실로 직통전화를 통해 진행된 이 통화에서 청와대는 “어디 쪽인지 카메라 나오는 것은 아직 없지요?”라고 영상 송출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에 해경이 “예 아직 없습니다”고 답하자 청와대는 “바로 연락달라”고 말했다.
19분이 지난 오전 9시 39분 청와대는 다시 해경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영상이라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다시 해경에 현지 영상을 요구했고, 해경은 가장 먼저 출동한 해경 함정인 123호정에는 ENG영상 장비가 없다며 대신 모바일 영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VIP’에게 할 보고 때문이라며 휴대전화로 전송할 것을 요구했다.
30분이 지난 오전 10시 9분 청와대는 다시 해경에 전화를 걸어 현지 영상을 요구한다.
청와대는 현지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배가 연락이 안된다는 해경의 말에 사진이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했다.
6분 뒤인 오전 10시 15분, 청와대는 해경에 영상 장비가 장착된 해경 함정이 언제 도착할지 확인한다. 청와대는 해경에게 영상 장비가 있는 배가 빨리 도착해야 된다면서 언제 도착하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또 10분 뒤인 오전 10시 25분에 해경과 통화에서 영상장비가 있는 배가 도착했는지 다시 묻는다. 청와대는 당시 구조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라”며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부터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현장은 세월호가 뒤집혀 배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7분 뒤인 오전 10시 32분 청와대는 해경에 현장에 영상장비가 달린 배가 도착했는지 확인하면서 영상을 달라고 다시 독촉한다.
청와대는 영상장비가 달린 배가 송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 그럼 얘기를 똑바로 해야지요”라고 짜증난다는 말투로 해경을 질타한다. 그러면서 “다른 배는? 그 배는 얼마나 걸려? 송출 가능한 배는?”이라며 반말로 해경 상황실 실장을 재촉했다.
또 구조인원 보고가 재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VIP도 그건데요 지금”이라며 “요청하는 게 아니고 거기 해경한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바로바로 그거 좀 실시간으로 보고하라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라고 윽박질렀다.
이어 청와대는 바로 6분 뒤에 해경에 영상 송출이 가능한 함정이 언제 도착하는지 다시 확인한다. 청와대는 해경에 영상 송출이 가능한 배가 언제 도착할지 확인하면서 “16마일에서 1마일 2000미터가는데 뭘 오래걸리냐구요 몇노트로 가는데요”라며 “상황을 좀 제대로 파악하고 있습니까”라고 윽박질렀다.
당시 구조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해경에 청와대는 “몇마일? 속력. 속력”이라며 영상 송출이 가능한 배의 상황을 당장 알려줄 것을 재촉했다.
이같이 청와대는 사고 현장에 처음으로 접근한 해경 123호정이 도착한 때(오전 9시 33분) 보다 이른 오전 9시 20분부터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힌 오전 10시 38분까지 약 1시간 20분 동안 7번의 통화에서 윽박지르며 ‘VIP’에게 보고할 현장연장을 독촉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해경은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민간잠수부들의 구조 활동을 통제하고 민간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만 구조활동을 맡겼다. 그러나 언딘은 인양과 수중공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고, 언딘 김윤상 대표가 해경의 통제를 받는 조직인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인 것으로 드러나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의 유착 고리가 의심을 받았다.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책임져야 할 해경이 언딘에 구조활동을 몰아주고 뒤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자 해경은 언딘은 정부와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과 인양계약을 맺고 구조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경과 언딘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던 것이다.
17일 새벽 김석균 해경청장 "지금 언딘은 이쪽으로 보내라 하고" 지시
그러나 2일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김현미·우원식,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이 공개한 해양경찰청 화상회의 녹취록을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 다음날인 17일 새벽 김석균 해경청장이 직접 언딘의 현장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정부는 언딘과 관련이 없다는 해경의 해명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녹취록을 보면, 17일 새벽 2시경 최상환 해경 차장, 김문홍 목포해경 서장과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김석균 해경 청장은 "언딘하고 지금 통화가 안 되는데 그 뭐 우리가 가라마라 할 수 없다 이런 얘기 하지 말라고 그래요. 왜들 그런 소리 해 가지고 말야. 지금 바로 언딘은 이쪽으로 보내라하고 그러고 민간잠수사들 다 이쪽으로 보내요"라고 지시한다.
최상환 해경 차장은 17일 새벽 언딘 김윤상 대표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이날 새벽 6시경 화상회의 녹취록을 보면, 최 차장은 "제가 사실은 수색구조전문가인 언딘 김 사장하고 지금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양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니까, 오늘 뭐 누리혼지 뭐 거기에 장비를 이용해서 언딘에 있는 요원들이 한 4명이 들어가서 어느 정도 수색을 하더라도 워낙 안 좋은 때가 20일 이상 안 된답니다"라고 김석균 청장에게 보고한다.
최 차장은 그러면서 "그러나 뭐 오늘은 살아 있다고 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뭐 명분도 있고 하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는 하는데...중국에서 3만톤 크레인을 언딘이 수배해서 가져와서 (세월호) 자세를 바로 잡아서 다시 바지선 두 개로 연안으로 끌고 오거나, 더 큰 바지를 공수해서 그걸(세월호를) 들어가지고 해야 시신을 더 빨리 인양할 수 있는데..."라고 말한다.
17일 새벽 6시 30분경 진행된 화상회의에서는 김석균 해경 청장이 "아까 언딘 사장하고 통화했습니까?"라고 물었고, 최상환 해경 차장은 "예"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석균 청장이 "고걸 얘기해보세요"라고 요구했고, 최 차장은 "언딘에서 나온 장병* 그 사람이 거기에서 작업을 오래했고 미국에서 유학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문가랍니다. 그 사람 의견을 듣는게 좋겠다고 그러네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김석균 청장은 "돈 문제는 그 다음 문제고, 일단 그 사장한테...한 사흘...출항 하는데 준비한다는데 이틀...비슷한 시기에 올 거 같아요. 그 사장한테 바로 조치를 좀 취하도록...오케이 그래 합시다"라고 정리한다.
이상의 대화 내용을 보면 언딘은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된 민간구난업체로 해경과는 연관이 없다는 해경의 주장은 거짓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석균 해경 청장과 최상환 해경 차장이 이미 언딘 김윤상 대표와 깊은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녹취록에 따르면, 김석균 청장 등 해경 수뇌부가 언딘에 구조활동의 상당부분을 의존했던 것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