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마디 튼 손 쓰다듬어 키운 자식
살려 달라는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그 고통에 얼마나 싹싹 긁고 빌었는지
손톱은 시커멓고 손바닥은 끈적끈적하다
이제라도 낳아 줘서 고마웠어요 하며
부모 가슴에 얌전히 누웠다


바다 보고 고이 모아 비는 어미 손
자식 보고 싶은 마음에 쏟아내는 앙천통곡
슬픔에 원망 겹쳐 심장이 짓누를 때마다
애꿎은 손바닥만 허물지고 벗겨진다
내 자식은 언제 보오
멀뚱멀뚱 눈 껌벅거리며 넋 잃고 바다만 본다


삶은 기쁨보다 슬픔이 많고
안락보다 고통이 더 하다
어둡고 혹독한 세상사에 쫓겨도
네가 있어 이길 수 있었다
어찌 살라고 먼저 가느냐
오들오들 떨며, 춥고 거친 바다 감옥에서 잠들었느냐


여드름 돋아 억실억실한 얼굴에
난생 처음 겪는 불안과 공포가 서렸다
너무도 불쌍해 부둥켜안고 몸부림친다
축 처져 내린 볼에 입을 맞춘다
하얀 포에 싸여 실려 가는 바퀴 소리 뒤로
어미는 쥐난 다리 쩔뚝쩔뚝 절며 뒤따른다


짙고 빽빽한 비애가 뭉클 솟는다
언제 보든지 고향 같던 맑은 남해 바다
애절히 비감만 더한다
슬픔대신 두껍게 근심 쌓인 얼굴들 서로 바라보다
뼛속까지 배어든 비탄 참지 못해 다시 음읍하고
부끄러움과 애수 엇섞인 눈물 흘린다


장례식장은 눈물바다
줄줄이 눈물 자국이 난 뺨은
바다도 씻어내지 못했다
갈쌍갈쌍 고인 눈물도 그대로
부모 먼저 죽은 죄 눈물 콧물 뒤발한 얼굴 들지 못해
구슬구슬 떨어지는 눈물 상복 적신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분노 억누르며
유골상자 어루만지는 어미 손
눈물 말라 더 이상 나오지 않을까 했다
참느라 안간힘을 쓰니
턱이 쿡쿡 가슴을 찔러 낙루한다
더운 눈물이 줄줄 떨어져 이불처럼 너를 덮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너도 나도
두 눈에 슬픔이 어리비쳤다
창자가 아프고 뼈가 저리는 고통은 아니더라도
망자에 대한 목멘 심정 나눈다
가끔 살아남은 사람으로 위로 하러 왔다
하늘 보며 떳떳이 살고 싶다


아들딸아
절규 복발해 목이 메어 증발하는 목소리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깨우쳐줘 고맙다
절박한 슬픔을 몰라주는 것이 또한 슬픔이다
세상이 그렇게 비애스러울 수가 없다
부둥켜안고 일어나 손을 높이 들어라


슬픔에 까무러치지 말아라
차라리 발을 죽 뻗고 앉아 통곡하자
피가 머리로 쭉 솟고
거센 통분과 굳은 결의가 뒤죽박죽이 된 얼굴로
아이들을 암담한 마음속에 가둬놓지 말고
해방을 외쳐라.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건
살아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양심이 허락한다면 싸워야 한다.
영혼의 울림을 따르지 않는 자는
거울을 바라보며 양심을 속이는 자보다 추악하다
기만하고 속이는 나라는 슬픔을 모른다

분노와 증오보다
인간 본연의 정서와
인간의 양심과 사랑과 가슴 떨림으로
번지르르하고 양심 없는 철면을 벗겨내자
오늘 우리 싸움엔
티끌만한 가책도 없다